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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텃세에 멍드는 한국 게임] (중) 상습 ‘로열티 미지급’…속타는 게임업계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31 19:25

수정 2009.08.31 17:25

중소 게임개발사 올엠은 이 회사의 온라인게임 ‘루니아전기’의 중국 유통사 광통이 올해 5월 초까지 지급하기로 한 계약금과 로열티 70만달러를 송금하지 않아 해당 게임의 중국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달 31일 올엠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계약 이행을 요구했으나 상대편은 묵묵부답이었다”며 “지금도 광통은 루니아전기의 중국서비스를 무단으로 계속하고 있고 7월 초부터는 올엠의 인터넷프로토콜(IP)을 차단, 게임 관리자 홈페이지 등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상태”라고 밝혔다. 광통은 이용자들에게는 올엠 측에 서비스 중단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한 상태다.

■로열티·계약금 일방적 미지급 사례 잦아

올엠의 사례와 같은 한-중 게임기업 간 로열티 분쟁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배급사(퍼블리셔)들이 게임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바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로열티 지급을 거부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분쟁이 노출되는 일이 적을 뿐 속으로는 고질적인 병폐가 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포털 엠게임은 지난 2007년 ‘열혈강호 온라인’의 중국 유통사인 CDC게임즈가 재계약 관련 2차계약금 400만달러를 미지급하자 참다 못해 계약 무효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CDC게임즈는 이 같은 미지급의 이유에 대해 “엠게임이 업데이트와 불법 사설서버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우겼지만 엠게임은 “핵심 기술인력을 중국에 파견·상주시켜 왔기 때문에 CDC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양자는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오는 2010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도 올 들어 중국 퍼블리셔인 CDC가 지난해 9월부터 ‘미르의 전설 3’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재계약을 거부하고 새로운 중국 파트너로 샨다를 선택한 바 있다. 한빛소프트도 지난 2007년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대한 계약금 300만달러와 관련, 더나인과 분쟁을 빚었다.

그나마 재계약을 하거나 퍼블리셔를 바꾼 것은 운이 좋은 사례다. 중소 개발사인 올엠과 엔로그소프트는 아직도 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중국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지 못해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쟁 드러나면 각종 불이익”…속끓는 국내 업체들

이처럼 ‘텃세’에 가까운 분쟁을 겪는 경우 퍼블리셔를 바꾸는 게 정석이지만 중국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퍼블리셔를 옮겨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중국 국내심의인 ‘판호’를 다시 획득해야 하기 때문. 판호 심사가 평균 반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엔 게임 서비스를 아예 중단할 수밖에 없다.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체들은 그간의 수익을 포기해야만 할 뿐 아니라 현지 고객들의 충성도와 이미지 저하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게임이 소송의 대상이 되기라도 하면 무조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중국 내 제도도 국내 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혹 소송이 걸리더라도 자국 산업 육성을 최우선 모토로 삼고 있는 중국 정부가 ‘토종’ 기업과 분쟁 중인 게임에 새로운 서비스 허가를 내주는 데 적극적일 리 없다.
현지 퍼블리셔들이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게임의 유통을 꺼린다는 사실도 걸림돌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분쟁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 후 몇 달 동안 게임을 서비스하겠다는 회사가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유통사들은 이처럼 자국 업체 위주인 제도를 이용, 한국 업체에 상습적으로 ‘떼먹기’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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