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올해 주인 바뀐 토종 SW 2인방 ‘희비’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13 21:09

수정 2014.11.05 12:05



올해 주인이 바뀐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업체인 핸디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핸디소프트가 여전히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반면 한글과컴퓨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거침없는 성장세다. 올해 상반기에만 239억원의 매출과 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한컴이 1990년 창립한 이래 상반기 실적 중 최대 기록이다. 주력 사업인 아래아한글과 오피스 등 패키지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이 꾸준히 성장한 데다 오픈소스 SW 등 신사업 부분도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부실은 털어내고 잘하는 분야에 ‘올인’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한컴 김영익 대표는 “한컴은 한계 기업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MS의 독주를 막기 위해 기존 ‘아래아한글’ 이미지를 버리고 오피스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핸디소프트는 상반기에 매출 99억원에 영업 손실 22억원을 기록, 대표 토종SW업체라는 수식어가 빛을 바랬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2000년 초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대표 토종 SW업체 3인방 중 하나로 꼽혔었다. 그러나 지난 4월 핸디소프트의 새 주인이 된 오리엔탈리소스가 주주총회에서 SW업계 경험이 거의 없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시키면서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은 실버타운 사업, 몽골 구리광산 개발 등을 인수 한 달이 채 안돼 연이어 발표했다. 새 경영진은 “신규 사업을 통해 재무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SW제품의 안정화 및 고도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면서 주가가 11일 현재 695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군림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엇갈린 운명의 요인으로 ‘대처법’을 꼽는다.
핸디소프트가 공공기관 시장에 의존한 채 외부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반면, 한글과컴퓨터는 SW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는 것. 특히 한컴은 셀런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계열사인 삼보컴퓨터 등과 새로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핸디소프트가 실버타운 조성 등으로 재무구조를 탄탄히 한후 SW도 키우겠다고 하지만 외부환경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많다”며 “SW분야는 특히 경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올해 대응방식에 따라 희비가 더욱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잘하는’ 사업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서 성공한 한컴과 핵심사업을 제쳐두고 엉뚱한 사업으로 영역확대를 꾀하려는 핸디소프트. 이들이 토종 SW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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