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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두 토끼 잡을 해법없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15 18:35

수정 2014.11.05 11:52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업계의 투자도 늘리고 요금도 내려야 하는 어려운 방정식을 맡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차세대 통신사업으로 강하게 육성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활성화를 위해서는 갖가지 투자 유인책을 써야 하는 마당에 이동전화 요금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투자 확대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달 중 KT와 SK텔레콤이 당초 사업권을 딸 때 정부와 약속했던 투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KT가 와이브로 사업권을 받으면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계획을 내놓고도 실제 7300여억원 투자에 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당초 6664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서류상으로는 투자액을 맞췄지만 실제로는 3세대 이동전화망과 중복투자한 것을 포함시켜 역시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방통위 판단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와이브로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을 가려내 시정명령을 내리고 추가투자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통위는 와이브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려 효과적인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와이브로 투자 확대는 방통위의 핵심 정책이다.

이렇게 중요한 와이브로 정책이 이동전화 요금인하와 맞물리면서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된 것. 방통위는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안도 10월 중으로 제시한다는 일정을 정했다.

방통위는 휴일이나 심야시간 같은 통화량이 적은 시간에 이동전화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이 요금인하 효과를 체감하도록 하는 방안과 휴대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요금제를 출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국회나 소비자단체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며 보다 강력한 요금인하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KT와 SK텔레콤이 모두 와이브로와 이동통신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요금을 내려 수익을 줄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늘리라고 하는 상반된 정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방통위가 정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이동통신 업체들의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업체들의 높은 이익률을 공개하면 요금인하와 와이브로 투자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도 남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게 방통위의 고민이다.
방통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원가를 공개해 이익을 요금인하로 환원하도록 정책을 펴는 것은 현행법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업계에서도 “민간기업의 원가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3개 통신사업자가 이동전화와 와이브로 등 모든 통신서비스를 도맡아 시장을 나눠 먹고 있는 구조에서는 투자확대와 요금인하 정책을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제4의 이동전화업자를 키워 내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도입하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방정식 해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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