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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통신료 인하’정부는 손떼라/ 이구순 기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27 18:09

수정 2014.11.05 11:00



“연간 2조원의 이동통신업체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획기적인 요금인하였다.”(정부)

“한 달 2650원 정도 요금을 내리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소비자)

“2조원 이상 매출이 줄게 돼 창사 이래 첫 마이너스 성장하게 생겼다.”(이동통신업계)

당장 업계엔 큰 주름살이 가게 생겼다. 그만큼 대폭으로 요금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2조원을 4700만 이동전화 가입자 개개인에 대한 혜택으로 나눠 놓고 보면 체감효과는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니 소비자 입장에선 호들갑이라고 느낄 법도 하다.
게다가 ‘통신요금 20%를 깎아 주겠다’는 공약을 믿고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이니 이동전화 요금인하에 걸었던 기대가 얼마나 컸겠는가.

정부가 반값 아파트를 내놓겠다고 장담한 뒤 주택정책이 나올 때마다 정말 반값인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국민들에게 ‘사실상 반값이 맞다’고 구구한 설명을 덧붙이던 모습이나 이동전화 요금인하 효과를 이리저리 길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모습이나 다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정부와 소비자들 간 체감효과가 다른 이유는 중간에 정부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반값 아파트, 통신비 20% 인하 등의 공약은 말처럼 간단치 않은 게 자본주의 시장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만 만족을 표시한다. 정부가 값을 깎겠다는 약속을 내놓는 순간 소비자는 시장기능에 따른 자신의 선택보다는 정부가 약속한 혜택에 맞춰 기대치를 키우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 정부가 간섭하는 순간 가장 먼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정부일 수밖에 없다. 통신비 인하 공약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데 아주 매력적인 약속인 건 틀림없다.


그러나 그 매력은 실제 뚜껑을 여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약속을 지키더라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비난을 받게 마련이기 때문.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 통신정책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전문가는 이렇게 어려운 통신정책을 다시 약속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약속을 지켜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운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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