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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폰 메모리 ‘족쇄’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24 17:17

수정 2010.02.24 17:17

구글이 자사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해 개방정책을 펴면서 휴대폰 제조업체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으나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메모리에만 저장토록 하는 메모리 제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의 핵심경쟁력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애플리케이션 저장용량을 제한한 것은 안드로이드폰의 경쟁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도 올해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폰의 '앱' 저장용량은 100메가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의 경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에션)을 내려받을 경우 기본으로 제공되는 메모리에만 저장이 되고 외장 메모리에는 저장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 메모리 제한을 넘는 크기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우고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모토로이의 메모리는 △512�(메가바이트) 낸드 메모리(ROM) △256� 메모리(RAM) △외장 16�(기가바이트) 메모리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애플리케이션은 오직 ROM에만 저장된다.

ROM에는 SKAF(SK Application Framework·약 50�) 등 구동 기초 프로그램도 함께 저장돼 있어 이 용량을 제외하고 실제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데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은 128�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아이폰은 16�, 32�의 메모리에 애플리케이션 저장이 가능하다. 이 같은 메모리 용량 제한 문제는 모든 안드로이드폰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로 구글 휴대폰 '넥서스원'이나 '드로이드' 역시 외장 메모리에는 애플리케이션이 저장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구글은 메모리 제한정책을 풀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구글에 관련 내용 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는 기본 메모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사용자들이 보다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과 통신사업자들은 올 한 해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폰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관련 진통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 메모리 제한 왜?

구글이 기본 메모리 제한 정책을 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안드로이드 OS의 개방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냐는 해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즉,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휴대폰 제조사들이 OS를 지나치게 조작할 경우 안드로이드폰의 안정성이 침해받을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제약장치를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성을 무기로 안드로이드가 출시됐지만 안드로이드의 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개방성을 제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구글은 메모리를 통해 제한을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외장 메모리인 SD카드에 애플리케이션이 저장될 경우 하나의 휴대폰에서 다운 받아 다른 휴대폰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입장에선 손해가 된다는 것.

지금까진 안드로이드 마켓에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이 용량이 작은 편이어서 아직 메모리 용량과 관련한 큰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앞으로 고용량, 고사양의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질 경우 구글도 메모리 저장 제한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터넷 '부글'

인터넷 상에는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내장 메모리에만 저장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모토로이 고객들의 불만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애플리케이션 저장 공간이 100�에 불과하다는 것도 말이 안 되거니와 이런 사실을 왜 SK텔레콤은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애플리케이션 용량이 커봐야 1� 안팎이고 100�면 100개를 다운받을 수 있는 것인데 충분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모토로라 측은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구글 측에 건의를 올린 상태다.
프로그램별 용량과 캐시가 많을 경우 개별적으로 캐시 지우기도 가능하다"며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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