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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스마트폰만 보조금 몰리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14 16:48

수정 2010.03.14 16:48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과당경쟁을 뿌리뽑겠다며 마케팅 비용 규제에 나서면서 통신업계가 보조금을 스마트폰에 집중시킬 조짐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90%에 달하는 일반 휴대폰 사용자들은 보조금 없이 비싼 휴대폰을 사게 되는 등 역차별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런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선 삼성·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일반 휴대폰에 대한 판매장려금을 늘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이동통신 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을 총 매출액의 2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보조금 규제정책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2조4000억원(매출 중 접속료를 제외하고 계산)을 마케팅 비용으로 쓸 수 있게 된다.

마케팅 비용 중 대리점 모집수수료와 각종 광고비, 가입자 멤버십 혜택 등에 절반이 쓰이기 때문에 휴대폰 보조금으로는 약 1조2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KT도 지난해 이동통신서비스 매출 중 접속료를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올해 마케팅 비용은 약 1조2000억원 정도 된다. 역시 광고비, 모집 수수료 등의 비용을 빼면 휴대폰 보조금은 6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KT 측은 보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의 무선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량은 늘려야 한다는 것. 대당 100만원을 호가하다 보니 적어도 대당 50만원은 보조금을 써야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올해 200만대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세운 SK텔레콤은 스마트폰에만 1조원의 보조금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180만대를 팔겠다는 KT도 스마트폰에만 9000억원가량 보조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신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올해 400만대나 팔려면 보조금을 집중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일반 휴대폰을 쓰는 대다수 가입자들은 역차별 대상이 될 게 뻔한데 해결방안이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판매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휴대폰 제조사들에 정부가 ‘장려금 확대’ 같은 협력방안을 권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보조금 규제’ ‘스마트폰 활성화’란 상충하는 정책을 한꺼번에 내놓은 방통위도 고민에 빠졌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단말기 값을 내리거나 판매 장려금을 늘려 휴대폰 가격인하 효과를 줘야 하는데 제조사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 5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무선인터넷 활성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통신업계와 삼성·LG전자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서 모았을 때도 제조업체는 스마트폰 판매 활성화 계획이나 무선인터넷 통합 애플리케이션 장터(앱스토어) 참여 등의 협력계획을 내놓은 게 없다.


삼성·LG전자는 “스마트폰은 비싼 원가의 부품들을 쓰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장려금을 확대하면 해외에서도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는 통신업체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장려금 확대는 어렵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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