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쏟아지는 모바일정책..울고싶은 기업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22 17:03

수정 2010.03.22 17:03

정부 각 부처에 '모바일 정책 쏟아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부처간 정책 조율이 없이 제각각 발표하다보니 정작 산업계에 필요한 실효성 있는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관련 기업엔 서로 자기 부처 사업에 우선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발표조차 못하는 웃지 못할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무선인터넷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어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지식경제부는 지난 1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CEO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모바일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도 무선인터넷 콘텐츠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1일 스마트폰 금융거래를 위한 공인인증서 정책을 서둘러 내놨다. 다음달부터는 모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뱅킹을 할 때 공인인증서를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도 거들고 나섰다. 오는 24일 방통위와 함께 스마트폰 활성화에 대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세미나를 열어 모바일 정책 유행에 동참키로 한 것.

이처럼 모바일 정책들이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부처간 사전 조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CEO 간담회 땐 통신업체들과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모두 참석했으나 통신업체들만 전략을 발표했다. 지경부와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되다보니 삼성·LG전자등 제조업체 CEO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돌아간 것. 지경부의 글로벌 모바일 강국 도약을 위한 CEO 간담회도 마찬가지다. 방통위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행사에 참여했던 통신업체 CEO들은 정책지원 건의나 투자계획 발표도 못한 채 행사에만 동원됐다는 후문이다.

행안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공인인증서 정책은 방통위나 지경부 등 정보보안 관련 담당부처들과 진행하던 정책협의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정책이 서둘러 발표되면서 관련 부처들조차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사전 조율 없는 모바일 정책발표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우리가 모바일 정책 간담회를 열면 지경부에서도 비슷한 업체를 불러 간담회를 여는 등 정책 조율이 안 된다"며 "다른 부처에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ICT 기업들은 "방통위나 지경부, 문화부가 요구하는 게 결국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의 투자 확대인데 어느 부처 행사에서는 투자 계획을 약속하고 다른 부처에서는 약속을 안 내놓을 수 없어 아예 당분간 모바일 정책 관련 정부 행사에서는 투자 계획에 입을 다물기로 전략을 정했다"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의 모바일 산업 지원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대표 게임 콘텐츠 업체 사장은 "정부든 대기업이든 모바일 산업을 위한 정책 방향과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보여줘야 중소기업들이 사업 결정을 할텐데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없다"며 "이렇다보니 이미 많은 콘텐츠 기업은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ICT 산업 한 전문가는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유행 정책에 편승하는 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짓"이라며 "지금이라도 방통위나 지경부 등 중심부처를 정해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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