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토종 소셜게임들 “해외로 발 넓혀라”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1 21:50

수정 2010.04.11 21:50

토종 소셜 게임업체들이 해외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소셜게임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주류게임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곧 페이스북이나 믹시 등의 해외 온라인 인맥관리서비스(SNS)에서 국산 게임들을 종종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9∼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세계 게임개발자 콘퍼런스(GDC 2010)를 참관하고 온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는 “국내에선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지만 거기선 어느새 주류 게임이 돼 있었다”며 “더 놀라운 건 한국의 강점인 온라인 다중역할수행접속게임(MMORPG)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던 점”이라고 해외동향을 전했다. 소셜 게임이란 온라인 인맥관리서비스(SNS) 플랫폼 내 사용자들의 친밀감과 동질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을 말한다.

■소셜 게임업체, 해외진출 러시

11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개발업체 ‘선데이토즈’는 지난 3월 일본 퍼블리셔인 아라리오와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일본 최대 SNS인 믹시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네이트 앱스토어에 ‘애니사천성’을 내놔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소셜 게임사가 해외 퍼블리셔를 통해 SNS 게임 유통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안철수연구소의 사내 벤처 ‘고슴도치플러스’가 소셜게임 전문 유통사인 라큐 아시아를 통해 ‘캐치미이프유캔’을 선보인 것이 처음이다.

위젯 전문업체 위자드웍스를 설립한 표철민 대표도 최근 소셜 게임 개발업체인 ‘루비콘 게임즈’를 별도로 설립하고 소셜 게임을 개발, 이달 중 페이스북용으로 출시한다. 게임업체 자라자도 개발중인 디펜스 게임의 페이스북 론칭을 준비 중이다.

‘런어웨이’를 개발한 데브시스터즈도 해당 게임을 페이스북과 일본 최대 SNS ‘믹시’에 곧 론칭한다. 런어웨이는 마우스 클릭으로 장애물을 뛰어넘기만 하면 진행되는 ‘원 키(One Key)’ 게임으로 친구가 많을수록 더 높이, 더 멀리 뛸 수 있는 등 기존의 인간관계를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아예 해외 전문 소셜게임 퍼블리셔를 표방하고 나선 디브로스란 업체도 있다. 디브로스는 최근 리젠소프트가 개발한 브라우저 기반 3차원(3D) 역할수행게임(RPG)과 레이싱 게임의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진행했다. 디브로스 관계자는 “예정대로 페이스북에 론칭될 경우 페이스북 최초의 MORPG 게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라큐 아시아 등 전문 퍼블리셔들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내 소셜 네트워크에 게임을 론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라운드매치 한지만 부사장은 “광고 솔루션이 포함된 퍼블리싱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왜 해외 SNS인가

이처럼 토종 소셜 게임업체가 국내가 아닌 해외 공략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 사이즈가 현저히 다르기 때문. 자라자 김유 대표는 “소셜 게임은 각 SNS들이 공개한 개발 소스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해당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되는 만큼 SNS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별도로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 소셜 게임으로서는 이용자 데이터베이스가 큰 해외 SNS로 눈을 돌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로 손꼽히는 페이스북의 이용자수는 3억5000만명으로 현재 1500여개의 소셜 게임 개발사들이 진출해 있다. 미국업체인 징가의 농장 타이쿤류 게임 ‘팜빌’도 이곳에서 성공했다. 징가의 이용자수는 8000만명에 달한다. 이익률이 40%나 된다. 징가는 2015년께 매출액이 1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도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소셜 게임시장 규모는 1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SNS인 믹시는 이용자 수가 2500만명에 불과하지만 개발사 레쿠의 게임 ‘선샤인 목장’에 450만명의 이용자들이 몰리는 등 한국과 문화적 토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토양으로는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한 네이트 앱스토어가 유일하다. 회원수 160여만명, 하루 순방문자수는 24만명 수준이다. 반년만에 전체 매출액이 2억원을 돌파했으며 개발업체 수는 40여개에 달한다. 최다 이용자를 보유한 게임은 선데이토즈의 애니사천성으로 65만6000명 정도다. 아직 테스트 환경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지만 성장률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이미 완전경쟁시장 돌입” 시각도

하지만 장밋빛으로만 해외 시장을 바라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개화한 해외 소셜 게임업계의 성장세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많은 경쟁자들이 뛰어들어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광준 아주대 정보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는 180개국 100만 개발자와 5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나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애플리케이션은 불과 250개”라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숙해가는 만큼 자본을 갖고 대량으로 생산하는 선발 업체들이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위 업체인 징가의 경우 ‘카피 앤 크러시(Copy And Crush)’가 주된 전략이다. 기존 게임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유망한 게임을 찾아내면 비슷한 게임을 발빠르게 출시해 원작을 넘어서는 것이다. 가장 인기있는 징가의 ‘팜빌’은 불과 5주 만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 교수는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토종 게임업체들이 서로 회사와 아이디어를 합쳐 몸집을 불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지화 필수…광고수익 고민해야

특히 해외시장 진입시 주요 이용자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 특히 언어 면에서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네이트 앱스토어에도 해외 업체들이 조끔씩 진출하고 있으나 ‘햇빛 목장’을 한문으로 ‘양광목장’으로 표기하는 등 한글화 퀄리티가 떨어졌다”면서 “국내 업체가 일본어나 영어로 게임을 만들 때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용자들은 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셜게임 퍼블리싱 업체인 디브로스 관계자는 “일본 시장의 경우 모바일 서비스 고려 없이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콘텐츠만 서비스해 수익을 얻기는 힘든 만큼 광고를 삽입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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