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모바일 강국으로 가자] (1) 잠재력 키워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3 17:37

수정 2010.04.13 17:37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특정 장소에 대한 정보와 광고, 사용자들의 평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지난 11일 대전광역시 괴정동 KT 인재개발원. 한국의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를 꿈꾸는 영재들이 자기 발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특허청이 마련한 ‘차세대 영재기업인 교육원’의 연합교육에 참가한 중·고등학교 영재들은 180여명. 이들이 개발한 모바일 솔루션과 콘텐츠가 소개될 때마다 감탄사가 터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차세대 영재기업인 교수로 활동 중인 이민화 기업 호민관은 “한국 영재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한국의 소프트웨어(SW), 콘텐츠 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싹들이 자란다

어린 새싹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고교생 개발자 유주완군(경기고)은 앱스토어에서 한글 초성검색 프로그램, 버스도착정보 프로그램을 잇달아 히트하면서 수십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스타가 됐다.
고교생 박헌철군(한국미디어디지털고)도 무료 문자메시지서비스(SMS) 프로그램을 올려 앱스토어 내려받기 순위 3위까지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벤처기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벤처기업 키위플은 휴대폰 카메라만 비추면 주변의 각종 건물·가게 정보들을 보여주는 증강현실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상용화했다. 실시간 영상 기반의 마술 같은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지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의 유사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벤처기업 올라웍스의 증강현실 프로그램 ‘스캔서치’는 애플 앱스토어 등록 3주 만에 26만건의 내려받기 건수를 기록 중이다.

국산 모바일 게임 ‘제노니아2’는 개인 개발자가 개발한 것이지만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자마자 단번에 게임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출시 첫날 매출이 약 5600만원, 다운로드 수도 1만건 이상이다. 게임업체 넥스트앱스의 보드게임 ‘불리’(booooly)는 앱스토어에 등록된 지 4개월이 넘도록 보드게임 카테고리 2∼3위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 SW의 위기를 걱정하는 비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모바일 세상이지만 개발 현장에서는 성공신화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잠재력, 대기업이 키운다

KAIST 안철수 석좌교수는 “한국에 콘텐츠나 SW 잠재력이 없는 게 아니라 이들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안 돼 실패만 거듭했던 것”이라며 “토양이 갖춰지면 지금도 희망은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의 태도도 180도 달라졌다. 삼성·LG전자 등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SW·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가 하면 SK텔레콤, KT, 통합LG텔레콤 등 통신업체들도 개발자들이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장터를 육성하느라 분주하다. 콘텐츠·SW 개발자들이 한껏 사기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 ‘바다(bada)’를 개발해 낸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중심으로 SW 사업 강화에 팔을 걷어 붙였다. SW 전문가인 KT 강태진 전무를 MSC로 영입한데 이어 600여명 수준인 연구개발(R&D) 인력도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삼성이 나서면서 국내 SW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고 젊은 인재들도 속속 SW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스마트폰 사업부와 콘텐츠앤서비스(C&S)팀을 신설했다. 스마트폰 사업부 신설 이후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팬텀 브라우저’를 처음 선보였다. ‘팬텀브라우저’는 일반 휴대폰용 브라우저로 웹서핑을 할 때 플래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HTML5’를 지원한다. 애플 아이패드에도 적용된 ‘HTML5’는 플러그인 설치 없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어 어도비 플래시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콘텐츠 시장의 벽을 허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선도 아래 이달 말까지 구체적으로 앱스토어 통합전략을 짜기로 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이미 자사의 앱스토어를 KT나 통합LG텔레콤 가입자에게도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5000만명 이동전화 사용자가 모일 수 있는 열린 장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유행성 정책 지양해야

정부도 청와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범정부 차원의 콘텐츠 산업 지원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모바일 콘텐츠 장터 시장 규모는 67억7000만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2013년엔 294억7900만달러(약 33조원)에 달해 올해보다 4.3배나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해 IT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외치던 당시와 비슷한 집중력이 지금 모바일 산업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콘텐츠나 SW산업은 통신망을 구축하고 하드웨어 산업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장기적인 안목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라며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정책이 유행을 타는 일회성 정책으로 그치지 않아야 한국이 진정한 모바일 강국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권해주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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