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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CEO에게 듣는다] (21) 이왕준 관동대 명지병원 의료원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4 18:34

수정 2010.05.24 18:34

관동대 명지병원은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왕준 인천사랑병원 원장이 이사장 겸 의료원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다. 의료진이 대폭 교체됐으며 장비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이에 힘입어 일반병상 가동률 98%를 이뤄내 병원 수익도 증가하고 있다. 명지병원의 구원투수 이왕준 이사장에게 명지병원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명지병원을 소개해달라.

▲명지병원은 관동대의대 교육수련병원이고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해 있다.
병상은 600병상, 교수진 120명, 인턴·레지던트 130명, 간호사 400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1200명 정도 된다.

―지난해 명지병원의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며 이사장직을 맡아 화제가 됐다. 성과는 어떤가.

▲올해 들어 5월 중순까지 성장률이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두 자릿수를 넘었다. 특히 4∼5월에는 성장률이 더 늘어나고 있다. 환자들의 평균 재원일수가 2일 정도 줄었고 병상회전율도 빨라져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된 것이다. 1일 평균 외래환자가 지난해보다 300∼400명 늘어난 덕에 일반 병상가동률이 98%로 지난해에 비해 10% 늘었다. 지난해에는 신종플루에 발빠르게 대응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난해 성과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올해는 구조개혁에 따른 성과이므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3월부터 신규의료진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에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병원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의료진의 교체 및 영입이다. 의료진이 많이 들어오고 반대로 많은 사람이 나갔다. 30명이 넘는 교수들이 교체됐기 때문에 의료진의 25% 이상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교수진의 전체 인원은 늘었다. 일반직원들도 일부 인원 교체가 있었다. 둘째, 일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정비했다. 시스템 정비와 함께 물적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소화기센터를 2배로 확충했고 안이비인후과센터를 새롭게 오픈했으며 심혈관센터에 투자를 했다. 새로운 인력과 함께 효과를 100% 발휘할 수 있는 설비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새로운 센터를 개소할 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 모든 진료과목이 이 과정에서 새로운 셋업을 했다. 세번째로 프로세스를 개혁했다. 부임한 후 100일 동안 전격적인 업무 개선을 단행한 결과 업무의 효율성 증가와 생산성 증가, 고객만족도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병원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 인력 구조 개선 등에 반발이 있었을 거 같은데.

▲물론 있었다. 하지만 병원 직원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변화 이후 성과가 가시화되자 자신감으로 변했다.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전 의료진과 학생, 부서, 과 별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또 많은 매체를 만들었다. 일단 ‘명지파발’이라는 주간 단위 소식지를 만들어 전체 직원과 직원 가족, 명지서포터스 등 외부기관 등에 배포했다. 이 외에도 명지네트워크, 명지메디컬 등 다양한 정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매체들이 있다.

―취임 후 VCT, 디지털 심혈관촬영기 등 고가 의료장비를 구입했는데 앞으로 더 투자할 계획이 있나.

▲지난해 소화기내과를 중심으로 한 장비구입에만 50억원이 들어갔다. 올해 뇌혈관센터 투자에 60억∼70억원, 신생아중환자실에 20억원 등 100억원 안팎을 투입하고 내년에는 전자차트(EMR)나 신규 병상 건축, 응급의료센터 구축 등에 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건물 신축은 오는 7∼8월부터 시작할 계획이고 규모는 200병상가량이다. 이 외에 어린이병원 설립 계획도 가지고 있다. 명지병원은 신규 병상과 어린이병원, 제3병원 증축 등을 통해 1000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어린이병원들의 경영 성과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신생아중환자실 오픈, 어린이병원 설립 등 어린이 환자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분야는 선진화 돼 있지만 유독 어린이병원이나 소아진료는 후진적이다. 이 부분이 미흡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적인 성격이 강하고 현재 구조에서 손실이 많이 나기 때문에 다른 병원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 시대를 맞아 정부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대적인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장은 손해가 나겠지만 미래 우리병원에 매리트가 될 것이다.

―하이브리드수술실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명지병원이 주력하는 진료분야는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응급의료센터다. 일단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병원의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암환자는 빅5 병원으로 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심장마비나 뇌출혈이 있는 환자는 가까운 곳으로 가야 한다. 지역 최고병원이 되면 환자들이 몰릴 것이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 수술실은 혈관조형 장비, 자기공명영상장치(MRI)가 수술실에 같이 있어 검사와 수술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는 아시아 최초다. 이 때문에 장비납품회사인 GE가 우리병원을 아시아 트레이닝센터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를 수술하는 의료진도 중요하기 때문에 현직 서울대병원에서 인터벤션 방사선의학의 최고 권위자인 권배주 교수를 전격 영입했다.

―올해 의료진 영입을 많이 했는데 주요 의료진은.

▲다음달에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과장인 허재학 교수도 우리병원으로 온다. 하지만 기본적인 영입조건은 명의보다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40대 초중반이 우리병원에 와서 열심히 진료해야 병원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다. 또 30대 중후반의 신진그룹을 배치해 그들에게 투자하면 20∼30년 동안 병원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이 액티브하게 영입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병원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4월부터 토요일 정상진료가 가능해진 것도 활동적인 교수가 많기 때문이다.

―명지병원을 10년 안에 10대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떤 전략이 있나.

▲앞으로 의료환경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규모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특정 진료를 선도하는 병원이 앞서나갈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10대 병원은 중요한 특정 진료가 랭킹 안에 든다. 어떤 부분이 커져야 할 것이냐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명지병원은 현재 투자 중인 심혈관, 뇌혈관, 응급의료를 우선적으로 키우고 이후 만성질환, 마지막으로 암환자 관리 분야에 투자할 것이다. 또 여러 병원을 브렌치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급성기병원, 만성기병원, 장기요양병원, 노인병원 등 여러 가지로 늘릴 수 있고 다른 지역에 병원을 세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 이왕준 이사장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 겸 의료원장은 '병원 경영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부도가 날 위기에 처한 인천사랑병원을 맡아 병원 경영을 정상화시킨 이후 붙은 별명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인천사랑병원 원장도 맡고 있다.

이 이사장은 "잘 안되거나 어려운 병원을 구조개혁해 잘되는 병원으로 바꾸는 데 관심이 많다"며 "그래서인지 '병든 병원을 고친 의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병원 구조의 개혁을 병원을 바꾸는 첫걸음으로 꼽고 있다.

그는 "병원을 병원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기능을 환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모든 병원들이 환자 중심병원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공급자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병원 구조 개혁은 인천사랑병원 때 시작돼 명지병원까지 이어졌다. 이 이사장이 주장하는 것은 '환자제일주의'. 환자 중심이 아니라 환자가 제일이라는 미션을 부여한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입원고객지원센터' '검사예약통합창구' 등을 설치했다. 입원고객지원센터는 입원하려는 환자를 위해 입원 전 검사를 해주며 수속, 결제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환자는 검사를 위해 이곳저곳 다닐 필요 없이 센터에서 병실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검사예약통합창구는 환자가 원하는 날짜에 맞춰 모든 검사를 하루에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 대학병원의 경우 피검사, 내시경검사, MRI를 받으려면 각각 검사실이 비는 날짜에 맞춰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창구를 이용하면 하루에 몇 개의 검사든지 환자의 스케줄에 맞춰 해준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1994년 인기리에 방영된 '종합병원'의 모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외과 레지던트 1년차였던 이 이사장이 시놉시스를 만들 때 조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드라마의 주인공도 외과 레지던트 1년차였기 때문에 이 이사장의 경험이 고스란히 드라마에 녹아난 바 있다.

△46세 △전북 전주시 △전라고 △서울대의대 졸업 △인하대 대학원 의학과(석사)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의학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겸임교수(현)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현) △대한외과학회 부회장(현) △주간신문 '청년의사' 대표이사 겸 발행인(현) △의료법인 인천사랑의료재단 이사장(현) △의료법인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겸 의료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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