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의료수가 인상 ‘뜨거운 감자’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4 18:31

수정 2010.05.24 18:31

수가 인상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외과에 이어 올해 정부가 추진하던 산부인과 수가 인상이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산부인과의 수가인상 요구에 이어 의사협회도 기초상담료, 생활관리(지도)료 등의 수가항목 신설을 통한 사실상의 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외과에 이어 산부인과 수가도 인상하면 다른 진료과에서도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의료계의 수가 인상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수가 인상 확산되나

24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 상대가치 점수 50% 인상 방안이 보류됐다.


복지부는 오는 6월 1일 차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지난 17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기적으로 매년 이뤄지고 있는 수가계약 이외에 별도로 한 과의 수가만 올리게 되면 전체 수가체계의 불균형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 김태현 국장은 “지난해 외과 전공의 기피로 수가를 100% 인상했는데 부작용으로 환자가 많이 몰리는 대형 병원으로 의사들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산부인과의 위기는 ‘저출산’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므로 분만실이 없거나 산부인과가 전혀 없는 시골지역에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이 산부인과 수가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쌍벌제 처벌 이후 의료계가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수가를 인상할 경우 수가 인상이 의료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쌍벌죄가 문제가 됐을 때 대한의사협회 최종현 사무총장은 “개정 의료법의 내용에 심각한 하자가 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닌데다 ‘쌍벌제 반대 투쟁’으로 인해 의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의약분업으로 인한 수술과 약값제도를 개선, 수가인상을 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부담 이유로 반대

실제 일선 병원에서는 수가 인상의 요구가 높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박노준 산부인과 원장)은 “우리 산부인과도 5년 전부터 분만을 포기하고 일반 산부인과 질환과 비만, 피부미용을 진료하도록 병원을 전환했다”며 “정부에서 자연분만 수가 상대가치 점수를 50% 인상해도 병원 경영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부인과 경영에 도움이 되려면 200∼300%는 인상해야 하지만 50%라도 인상해 분만 의사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산부인과는 의료사고가 가장 많은 과이므로 사고 한 번 나면 1년 매출이 고스란히 들어가는데 누가 분만을 하고 싶어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지난 13일 한국의료살리기 전국 의사대표자 대회를 통해 수가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의협은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계 손실 보전 차원에서 일부 인상시켰던 원외 처방료를 1년도 지나지 않아 재정안정화대책이라는 미명 하에 처방료를 인하해 진찰료와 통합시키며 의료계에 희생을 강요했다”며 “당시 건강보험제도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손실을 감내하며 적극 협조했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및 급여비용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의료체계 붕괴 현상이 나타나 수가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초상담료 신설 △생활관리(지도)료 신설 △1차 진료 지원료 신설 △의약품선택지도료 신설 등 만성질환관리료 수준(1580원)의 수가항목 신설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 부분도 국민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현 국장은 “의사들의 요구는 새로운 항목을 도입하자는 것인데 기존 항목 중 재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의료보험 재정이 늘어나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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