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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스마트·4D TV 대기 “구글·애플TV 한판 붙자”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30 22:00

수정 2010.05.30 22:00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달 초 삼성전자,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과 공동으로 한국리모진흥협회를 창립해 리눅스 기반으로 스마트폰 플랫폼 구축에 본격 나섰다. 리모는 개방형 SW로 유명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운영체제(OS)로 국내 업체가 주도해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OS 표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산업계가 스마트폰 OS 개발을 등한시하면서 위기를 맞은 휴대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ETRI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시작은 늦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한 기술 상당수가 이미 연구성과를 통해 도출된 상태"라며 "리모는 휴대폰 시장의 헤게모니를 되찾아오기 위한 시작이며 OS 시장에서도 머지않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 LG "구글·애플,TV시장 파괴력 없을것"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TV나 자동차 기술에서도 국내업체들은 반격을 벼르고 있다.

TV시장에선 구글과 애플이 진입을 예고하면서 한바탕 돌풍이 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그만큼 하드웨어(HW) 기술 격차가 크고 대비도 돼 있어 외산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파괴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는 쇼파에 앉아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가전제품이지 스마트폰처럼 부지런히 손을 놀리거나 집중을 해야 하는 기기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SW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화질 등 하드웨어(HW)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뚫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중 세계최초로 삼성전자 로고를 단 멀티미디어 제품이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통합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열 계획이다. 사실상 스마트 가전시장을 구글이나 애플보다 먼저 여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인터넷TV 서비스를 세계최초로 개발해 서비스해 온 만큼 SW분야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며 "오는 7월에는 그동한 개발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 유료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올 초에 스마트TV 사업팀을 꾸려 SW기술 접목에 돌입한 상태다.

또 국내 업계는 기초적인 TV용 4D(4차원)기술도 개발해 놓고 있다. 사용자가 TV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주변기기와 연계해 바람을 불게 하거나, 상황에 맞춰 조명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 함 소장은 "ETRI는 최근 싱글 미디어 멀티 디바이스(SMMD)라는 프로토콜을 통해 4D 기술까지 이미 완성한 상태"라며 "3D기술이 산업계에 일반화되면 보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기술,세계 정상권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들어 의왕 연구소 내에 있는 차량IT혁신센터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센터는 지난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으로 설립한 것으로, 현대기아차의 인포테인먼트 신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차량IT혁신센터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최근 IT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영화에서나 봄직한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인포테인먼트는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0 CES'에서 혁신적인 유보(UVO)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UVO는 마치 조수석에 누가 있어서 시키는 대로 시중을 들어주는 것처럼 음성 지시로 각종 기기 및 블루투스를 작동시켜주는 오디오시스템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영진들이 차량IT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성과물을 더욱 각별히 챙기고 있다"며 "지난 1년여 동안 연구해 온 1기 연구 성과물이 도출된 상태며 조만간 차량에 실제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외 유명 IT업체와의 추가 제휴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차량IT혁신센터는 현재 1기 연구를 마치고 지난 3월 제2기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ETRI도 상황인지 자동차 기술을 대거 개발해 놓고 산업현장 적용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단적인 예가 올 하반기 선보일 '아이카(i-CAR)'다. i-CAR는 상황인지 자동차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기술로 자동차가 주행상황과 주변상황을 스스로 인지해 추돌을 예방하고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ETRI는 또 자동차 주행중에도 유무선 네트워크를 최적으로 유지시키는 V2X기술과, 주행중에도 차량 센서가 주변상황을 직접 촬영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등의 기술을 개발중이다.


■"반격 준비됐다"

국내 산업계와 연구계가 최근 소프트웨어(SW)기술 혁명에서 글로벌업체들에 대한 반격을 자신하는 데는 오래전부터 관련기술을 준비해왔고 그 성과가 속속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국내 IT업계가 최근의 흐름인 SW기술혁명 흐름을 읽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운영체계(OS) 개발에서 뒤처진 것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소프트웨어기술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기술에 접목시키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그 성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산업계와 연구계는 세계 톱클래스의 하드웨어(HW) 기술력을 배가시켜 줄 SW기술들을 다수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첨단 융합서비스를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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