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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미래 업무체계’ 실험..근태관리·보안 관건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23 17:50

수정 2010.08.23 17:50

KT가 굳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유·무선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집이나 전용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워크 실험에 나섰다. 스마트워크는 기업의 사무공간 자원낭비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절감할 수 있는 미래 업무 체계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본격 도입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이동형 사무환경(모바일오피스) 구현이나 일부 업무직을 대상으로 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국내에서 스마트워크를 회사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건 처음이어서 성공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는 단순한 사무공간의 문제뿐 아니라 직원들의 근태 평가나 출근하지 않고 처리한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시스템 개선, 기업내 보안문제 같은 근무환경이 동시에 개선돼야 성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업무환경 개선작업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정부에서도 행정안전부를 동원해 공무원 평가시스템 개선작업부터 서두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KT가 3만여명의 직원에게 먼저 도입하는 스마트워크 실험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정부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조조정’ 오해 불식이 과제

KT는 일단 육아 여성과 연구개발(R&D) 및 지원업무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스마트워크를 도입한다. 일주일 중 일정 기간 집이나 KT가 세운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석호익 KT 부회장은 “스마트워크를 구조조정처럼 착각하면 큰일난다.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설적이지만 스마트워크를 회사의 구조조정 전략이라고 오해하는 직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이는 KT뿐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영국의 BT 직원들도 초기 이런 불안감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KT는 직원들의 오해를 불식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스마트워크를 병행하며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와 협의해 재택근무에 필요한 사무기기를 구입하는 비용을 보조하고 전기 및 에너지 요금 역시 일부 지원해줄 계획이다.

석 부회장은 “스마트워크를 하는 직원이라 해서 임금이나 업무평가에 절대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업무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스마트워크 형태로 우수인력을 선발할 때도 4대 보험 등 처우에 불만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용 스마트워크 솔루션 수만원대 공급

KT는 사내뿐만 아니라 외부로 스마트워크 솔루션을 보급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연내 중소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스마트워크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T는 유·무선 통신망과 클라우드컴퓨팅, 화상회의시스템, 모바일그룹웨어는 물론 전국 각 지역에 500여개 사옥을 보유하고 있어 스마트워킹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KT 이상훈 기업고객부문장(사장)은 “현재 중소기업이 스마트워크 솔루션들을 도입하는 데 매월 라이선스 비용만 500달러(약 59만원) 이상 드는데, 이를 수만원까지 낮춰 비용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평가·직원처우 등 해결과제

스마트워크는 비용 절감과 업무생산성 향상 등을 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업무형태지만, 아직까지 집이나 회사 밖에서 업무를 처리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직원들의 업무 진행상황이나 근태 관리가 어렵고, 성과평가 및 처우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이 있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원격근무 도입률은 0.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석 부회장은 “스마트워크 선도기업에 세제 및 R&D 혜택을 주고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스마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국민과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사진설명=KT가 23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KT 분당사옥에 마련한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스마트워킹센터는 먼 거리에 근무처가 있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고화질 화상회의실,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콰이어트룸'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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