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스마트폰 열풍 1년] (2) 시장 안주하다 힘 잃은 국내기업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08 17:36

수정 2010.12.08 17:36

국내에 스마트폰이 확산되기 시작한지 1년 만에 사용자가 600만명을 넘어설 만큼 열풍을 일으키면서 모바일 인맥구축서비스(SNS)나 모바일 검색 등 인터넷 사용습관이 급속도로 모바일화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업계는 검색 점유율 지존 자리를 구글 등 외국 포털에 넘겨주고 있다. 한국의 수출 효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휴대폰은 올 1년내 수출량이 줄었다. 스마트 모바일 시대는 모바일 시대를 준비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업계나 벤처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미처 시장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대기업들에는 심각한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네이버 검색지존 ‘위기’

인터넷 시장 조사기관인 메트릭스가 지난 9월 중순을 기준으로 모바일 검색서비스 점유율 추정치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은 18.1%를 기록했다. 10월 기준으로 유선 인터넷에 연결된 PC에서 사용하는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1.1%로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의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검색 지존으로 불리는 네이버는 PC를 이용한 검색 점유율이 73.2%로 여전히 막강하지만,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48%에 그친다. 시장 1위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2위인 구글과의 격차가 2배 차이로 좁혀졌고, 점유율 자체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SNS, 외산 천하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SNS다. 언제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고 있는 모바일 친구들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SNS 시장은 외산 천하다.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국산 SNS인 미투데이는 월 200만명의 방문자를 기록하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비해 한 발 앞선 서비스였다. 그러나 1년 만에 상황이 달라져 올 9월 현재 국내에서 한달간 트위터를 방문한 사람은 865만명, 페이스북은 738만명을 기록했지만 미투데이는 396만명에 그치고 있다.

인터넷 시장에서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로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에서는 설 땅을 찾을 수 없다”는 탄식을 자아냈던 모습을 모바일 시장에서는 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출효자 휴대폰, 뒷걸음?

지난해까지 휴대폰은 선박,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수출 품목이었다. 그러나 올해들어 지식경제부가 집계한 정보기술(I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까지 휴대폰의 올해 누적 수출액이 2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7%나 급감했다. 수출 순위도 9위로 밀려났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수출액이 감소해 극심한 부진을 겪다 10월과 11월 스마트폰 수출이 회복되면서 수출량이 겨우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도 휴대폰 수출액이 감소한 이유는 해외 생산비중이 늘어난 것과 함께 삼성·LG전자 같은 국내 대표적 휴대폰 수출 업체들이 스마트폰 개발이 늦어져 세계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전해야 성공도 꿈꾼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들이 화면에서 광고를 보고 다시 광고를 떠올리 게 되는 광고회상률은 59.3%로 일반휴대폰 사용자의 38.2%보다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모바일 광고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최대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렇다할 모바일 광고 기법이나 전문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네이버가 유선 인터넷 시장의 ‘검색 지존’ 자리를 위협받고 국산 휴대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모바일 광고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 위험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다.


페이스북·트위터에 이어 최근 위치정보기반 SNS 포스퀘어 같은 신개념 서비스들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고객들이 스스로 몰려들만한 파괴력 있는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토론회에서 NHN의 신사업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당장 파괴력 있는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라고 해도 수익성이나 성공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뛰어들 수 없다”고 단적으로 국내 기업의 스마트 모바일 사업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중심에 와 있는데 아직도 많은 IT기업들은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사업만 하겠다며 서둘러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먼저 나서서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의 가능성도 꿈꾸기 어려운 시장의 현실을 기업들이 아직도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cafe9@fnnews.com이구순 권해주 조윤주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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