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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가입자라도 좋다? 초고속인터넷 ‘치킨게임’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13 18:53

수정 2010.12.13 18:53

#사례. 서울 신정동의 서혜정씨(31)는 최근 초고속인터넷 영업직원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사 서비스를 1년 동안 이용한 기념으로 10만원의 현금을 주고 월 이용료도 낮춰 준다는 솔깃한 제안이다. B사 서비스로 바꾸는 게 조건이고 위약금도 대신 갚아준다고 했다. 서씨는 회선을 다시 설치하는 게 번거롭긴 해도 가만히 앉아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인터넷TV(IPTV) 가입 유치를 위해 통신회사 판매점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철새가입자’를 양산, 정착단계에 접어든 통신시장이 다시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지 않나 하는 우려감이 확산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영업점들이 ‘서비스 가입 1년 기념’ 등을 운운하며 현금으로 가입자를 유혹하는 과도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판매점들은 통상 2∼3년 약정을 조건으로 경품을 주고 중도 해지 시 경품보다 비싼 위약금을 매기는데, 아예 위약금에 현금까지 얹어 주겠다며 소비자들의 ‘철새 행태’를 부추기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유선통신 상품을 이용한지 1년이 지났으니 현금 지원을 받고 통신회사를 옮긴 뒤 1년이 지나면 또 원래 상품으로 재가입해 다시 현금 혜택을 받으라고 고객들을 유혹하는 영업점까지 있을 정도이다.

판매점들은 이렇게 해도 ‘남는 장사’니 떳떳하단 입장이다. 한 판매점 영업직원은 “KT, SK브로드밴드, LG U+의 상품을 모두 취급하기 때문에 시기별로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많이 주고 요금은 상대적으로 싼 통신회사 상품을 골라 기존 가입자의 해지 후 타사 상품 가입을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고객은 잠깐 동안 회선 설치만 다시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10만원 상당의 거금을 쥘 수 있는 일이니 망설이지 않을 수 없고 철새 가입자를 양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서씨와 비슷한 경우의 한 고객은 “거절하자니 남들 다 손쉽게 얻는 혜택에서 나만 소외되면서 바보가 되는 느낌”이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통신회사 한 전문가는 “판매점들이 철새가입자를 양산하면서 돌고 도는 현금은 결국 한 회사 서비스를 약정기간 이상 오랫동안 사용하는 선의의 고객 지갑에서 나오는 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지도감독이 없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 가정에서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IPTV 상품과 함께 스마트폰까지 같은 회사 상품을 2∼3회선 이용하면 1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주겠다고 부추기는 판매점들까지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무선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적정한 경품 가이드라인과 함께 도를 지나친 마케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시급한 상황이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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