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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게임문화재단 주먹구구식 운영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22 16:53

수정 2014.11.07 00:16

“그 사회공헌활동 사진은 A사가 사용했던 것 아닌가요?”

지난 21일 게임문화재단(이하 재단)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한 기자의 질문이다. 말하자면 왜 하나의 사회공헌활동 사업을 두고 업체와 재단이 그 공을 나눠 가지느냐는 질문이었다.

재단 정용환 사무국장은 “재단과 업체가 함께 한 것이다. 업체는 바둑 공헌 사업을 하고 있었고 우리도 필요성을 느껴 참여했다”고 답했다.

재단은 지난해 8월 게임사들이 갹출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 재출범했다. 재원 규모는 모두 100억원. 이 재원을 재단이 받는 형식에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있었다.
재단은 ‘일반기부’와 ‘지정기부’ 두 가지 방식으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일반기부’는 말 그대로 각 업체가 순수히 돈을 내는 것이고 ‘지정기부’는 기부금을 내는 업체가 ‘이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며 기부하는 것을 가리킨다. 재단은 일반기부와 지정기부의 비율을 정해두고 있지만 이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이 지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게임사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이 때문에 업체는 자사의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홍보하고, 재단은 ‘재단의 활동’이라고 밝히게 된 것이다. 이는 ‘제3의 기구를 만들어 사회공헌활동을 하자’는 재단 재출범 취지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지정기부’는 각 게임사의 이해에 맞춰 운용될 여지가 높다. 예를 들어 A사는 수년 전부터 바둑 관련 사회공헌활동을 해오고 있다. A사는 바둑 리그를 개최하기도 했다. 업체로선 이왕이면 자사가 추진해왔던 사회공헌활동의 연장선에서 기부금이 사용되길 바랄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게임사가 별도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현실에서 A사 이 외의 다른 게임사들도 비슷한 유혹을 느낄 법하다.

지난해 6월 게임사들은 100억원을 모으기로 했으나 이날 발표에선 금액이 갑자기 90억원으로 줄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재단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모금 과정에서 줄었다”고만 답했다. 아무도 줄어든 이유는 모른다. 하나 확실한 것은 줄어든 10억원이 게임사 주머니에 그대로 남아있으리라는 점이다. 이나마도 제대로 모이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모인 기부금은 40억원 안팎이다. 줄어든 90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최근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4000억원 기금’ 마련 주장과 셧다운제 등이다. 규제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여성가족부와 일부 정치권이 게임업계를 압박하는 첨병으로 나섰다.


게임업계도 그동안 묵혀왔던 ‘재단’ 카드를 전면에 꺼내들고 반격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앞뒤 날이 다 나간 ‘녹슨 칼’로 여가부와 정치권의 거센 공세를 당해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처럼 ‘눈치보기’와 ‘땜질식 처방’으론 제대로 항변 한번 못해보고 고스란히 기금 마련에 동참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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