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현장클릭] 내세울 SW 없는 휴대폰 제조사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31 17:37

수정 2014.11.06 16:56

'메시지가 8줄이나 표시돼요', '16화음이라니까요', '256컬러가 대세죠' 10여년 전 용산 휴대폰 판매상들의 호객 멘트다.지금 돌이켜보면 참 아련한 기억이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한국은 스마트폰 태풍을 만났다. 아니 '아이폰' 태풍이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당시 휴대폰 업계는 '소프트웨어(SW)가 중요하다'고 입에서 입으로 넘겨받았다.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 가치의 척도'라고도 했다.
그러나 1년쯤 뒤 휴대폰 제조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다시 '하드웨어'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최근 휴대폰 제조사들이 내놓는 마케팅 전략을 보자. 삼성전자는 10.9㎝(4.3인치) 큰 화면에 1.2기가헤르츠(㎓)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갤럭시S 2'를 꺼냈다. LG전자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스마트폰을 앞세운 '옵티머스 블랙'을 내놨다. 팬택은 1.5㎓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를 전략 상품이라 소개했다.

불과 1년여 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SW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모두들 하드웨어에만 초점을 둬 마케팅을 벌인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처럼 하드웨어에만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벌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내세울 만한 SW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운영체제(OS)를 구글에서 빌려쓰다보니 대부분의 휴대폰 기능이 대동소이하고, 그러다보니 '차별적 우위'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고작 경쟁제품보다 '화면이 크다'거나 '화면이 밝다'거나 '속도가 빠르다'는 것뿐이다. 사실 이 같은 마케팅은 '텍스트 8줄', '16화음' 등 10여년 전 용산 휴대폰 판매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최근 휴대폰 제조사들의 마케팅 핵심은 시간이 지나면 참 '아련한 기억'이 될 것이 뻔하다.

다시 생각은 애플에 가 닿는다. 스티브 잡스가 '영웅'인 이유는 '아이폰'을 개발해서가 아니다. 그가 영웅인 이유는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라는 '게임의 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수년 후 애플의 '차별적 우위'가 됐고, 후발 경쟁자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높은 진입장벽이 됐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의 시장점유율은 4.9%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이익 가운데 50%를 애플이 가져갔다.


'게임의 룰'을 만들 수 있는 휴대폰 기업이 한국에서도 어서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