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이슈 추적] 온 국민 개인정보 털렸다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29 18:02

수정 2011.11.29 18:02

#. 네이트온 메신저를 쓰는 직장인 김남필씨(37)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도와달라는 '메신저 피싱'을 당했다. 선배 이름의 대화창에서 "결제할 것이 있는데 한도 초과 때문에 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여유 되면 대신 먼저 보내주세요. 저녁에 다시 넣어줄게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선배가 자신에게 존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김씨는 즉시 로그아웃해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언제든 이런 일을 당할 수 있어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얘기했다.

이달 게임사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저 132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하는 등 국내에서 해킹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3년간 기업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8000만건에 이르러 산술적으로 따져봐도 온라인 계정을 갖고 있는 국민 1인당 평균 2회꼴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봤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업관련 개인정보 유출사건만 6회에 이르고 크고 작은 해킹사건은 수차례 반복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 손쉽게 검색

최근 3년간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살펴보면 이달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1320만명, 지난 8월 한국 앱손 35만명, 7월 SK커뮤니케이션즈 3500만명, 4월 현대캐피탈 175만명, 2009년 4월 네이버 9만명, 2008년 9월 GS칼텍스 1125만명, 2008년 1월 옥션 1800만명 등이다.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는 해커들이 밀거래하거나 글로벌 포털사이트나 개인 블로그, 각종 게시판 등에 버젓이 노출돼 피싱은 물론 각종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구글에서 KSSN(Korea Social Security Number·한국 주민등록번호), KSSN Generator(주민등록번호 생성기), KSSN Name List(실명인증용 주민등록번호 리스트), KSSN.doc(주민등록번호 저장 문서파일) 등으로 검색하면 놀랄 만큼 많은 내국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쏟아진다. 개인정보 침해로 구글에 해당 게시물 삭제를 요청해도 세계 각국에서 운영되는 수십개 사이트에서는 내용이 그대로 남아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개인정보 유출 범죄악용 등 심각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도 한국실명신분증번호(韓國實名身分證番號)로 검색하면 수백만개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인 주민등록번호를 거래하는 데 싼 것은 개당 10∼20원, 실명인증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개당 500∼600원에 거래된다.

이 주민등록번호로 한국에서 대포통장을 만들고 신용카드도 발급받는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세계 네티즌들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외국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인증 이름까지 제공하며 어느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실제로 구글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주민등록번호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링크를 걸어 놓거나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 PDF파일로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한국처럼 민간기업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행정번호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도록 방치하는 곳은 없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임광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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