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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앱 개발자의 비애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13 17:51

수정 2011.12.13 17:51

대학 졸업 후 스마트폰 게임으로 창업을 했던 김모씨(27)는 최근 회사를 정리하고 이름 있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들어갔다. 거대 게임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몰려오면서 게임을 잘 만들어도 도저히 마케팅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4곳의 면접을 봤지만 창업을 해본 것보다 규모 있는 콘텐츠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앱스토어 시장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개인 개발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가 개발자들을 위해 열어놓은 '앱스토어'에서는 5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경쟁하고 있다. 애플은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180억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고, 최근엔 매달 10억개 이상을 내려받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앱스토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개인 개발자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성장성에 반신반의했던 세계적인 콘텐츠 전문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30위 안에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다수가 JC엔터테인먼트, NHN, 일렉트릭아츠(EA) 등 유명 개발사들이 만든 것들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한 유명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대표는 "일본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0위 안에 있는 기업들이 전체 앱스토어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그만큼 개인개발자는 물론 소규모 개발업체들조차 앱스토어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애플리케이션 판매나 내부 콘텐츠 거래 매출 말고 모바일광고 시장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비롯한 규모 있는 애플리케이션 기업들이 모바일광고 시장도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관련 업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대형 인터넷·콘텐츠 기업과 일정 규모를 갖추고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신생기업들이 '2라운드 대전'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인 창업자들은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도 투자를 받거나 마케팅 경쟁을 펼치기가 점점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주요 애플리케이션 업체 대표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위험도는 높지만, 젊은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나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개인창업을 독려하기보다, 일정 규모의 팀을 꾸리고 안정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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