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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음성인식기술 ‘시리’ 기반 iTV 2012년 출시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20 17:59

수정 2011.12.20 17:59

90년대 후반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광고 속에서 "본부, 본부"를 외치며 파장을 일으켰던 그 음성인식 기술이 이제 미디어산업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음성인식 기술 '시리'를 기반으로 내년 중반 'iTV'를 내놓으면서 전통적인 TV 및 방송프로그램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

20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사람의 목소리로 채널을 바꾸고, 수없이 많은 방송프로그램을 단번에 찾아 보여줄 수 있는 iTV를 준비하고 있다.

■"거대미디어 점점 잊혀질 것"

음성인식 기술을 전자제품에 본격 적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90년부터다. 삼성전자가 97년 음성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SCH-350'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내놨고, 같은 해 "본부" "우리집"처럼 말하면 미리 설정해놓은 전화번호로 통화를 연결해주는 제품들이 선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음성과 전화번호를 직접 연결해 전화를 걸어주는 휴대폰도 내놨다.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이 미디어업계를 변화시킬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건 TV의 복잡한 기능을 말로 제어할 수 있는 시리의 파괴력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4S'에서 선보인 시리는 사용자가 말하는 대로 정보를 찾아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엔 애플이 음성인식으로 하드웨어(HW) 장치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정보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TV 채널을 바꾸거나 특정 장치를 끄고 켜는 기능까지 할 수 있는 것.

iTV가 나오면 사람들은 더 이상 KBS 같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목록을 리모컨으로 찾아가지 않고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여줘"와 같이 프로그램 자체만 찾아서 볼 수 있다.

미국의 웹 전문가인 벤 엘로위츠 페인트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NBC,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의 구분 없이 영상콘텐츠를 찾아보면서 거대미디어는 자투리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본이 다른 전략··· 승자는

시리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TV 전략은 주요 TV 제조사인 삼성·LG전자와 시작점이 다르다. 애플의 핵심 관계자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TV에 대해 밝힌 비전은 모바일기기로 TV를 더 편하고 개인화한 방법으로 제어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음성인식으로 개개인에 맞는 방송을 찾아볼 수 있게 하고, '아이폰·아이패드' 등 기기와 동기화해 방송을 언제든 볼 수 있게 하는 iTV는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반면 삼성과 LG는 TV가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즐기는 기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TV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의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조사들과 앞선 음성인식·동기화 기술을 가진 애플 중에서 어느 쪽이 시장을 거머쥘지는 내년 하반기면 윤곽이 드러난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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