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또 막힌 공공정보…‘기차 정보 앱’도 정부가 차단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5 17:47

수정 2010.01.05 17:47

지난 연말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려던 김철민씨(20·가명)는 아이폰의 ‘아이코레일(iKorail)’ 프로그램으로 열차 출발 시각을 알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앱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때까지만 해도 잘 되던 애플리케이션이 ‘탐색 중’이란 표시만 뜨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 원인을 알고 보니 한국철도공사가 정보 공유를 일방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공공정보 이용 막아

5일 업계에 따르면 한 개인 이용자가 제작한 ‘아이코레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철도공사의 조치로 먹통이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008년 제작된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코레일 홈페이지의 철도 출발시각 및 도착시각 정보를 무료로 보여주는 모바일 프로그램으로 ‘여행(Travel)’ 카테고리에서 호평받으며 서비스되던 프로그램이었다.

철도공사측의 차단 이유는 ‘공공정보의 무단 사용’이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철도공사가 보유한 정보를 별도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오류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데다 별도의 검증 절차 역시 마련돼 있지 않아 프로그램으로 가는 정보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열차 정보가 홈페이지에 공개돼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인데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공정보를 ‘무단 이용’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발끈하고 있다. ‘아름두리’라는 한 누리꾼은 “다수의 편익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지는 못할망정 이를 막는 것은 공복(公僕)으로서의 본분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철도공사측은 앞으로도 애플리케이션을 짤 수 있도록 소스를 공개하거나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각 정류장의 버스 도착시간 정보를 모바일로 제공하던 ‘서울 버스(Seoul Bus)’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는 사례가 있었다. 경기도가 수도권 버스정보시스템 사이트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누리꾼들의 반발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직접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선 정보공개 장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개방과 공유를 뜻하는 웹 2.0을 정부와 결합시킨 ‘거버먼트 2.0(Goverment 2.0)’이라는 개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에 정보를 공개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공공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인 ‘데이터닷지오브이(http://data.gov)’ 사이트를 지난해 오픈했다. 범죄정보와 교통정보, 환경정보(가로수 총량) 등 정부가 보유한 공공정보를 표준화된 양식으로 공개해 인터넷에서 바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를 이용해 ‘범죄율 지도’와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뉴욕에서는 아예 2만 달러의 상금을 내건 ‘빅 앱스(Big Apps)’라는 애플리케이션 콘테스트(http://www.nycbigapps.com)를 지난해 12월 개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기관들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있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시민의 편익을 위해 세금으로 만든 공공정보를 정부 기관이 독점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게 문제”라며 “지도나 통계, 날씨 정보와 같은 공공정보의 이용범위와 절차, 유·무료 여부 등의 논의가 시작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중 공공정보를 공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가지식포털 등으로 해당 정보가 실제 이관되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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