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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반려동물시장..제도는 ‘걸음마’] 동물병원 몇가지 검사 뒤 영수증 보고 ‘기겁’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0.30 17:21

수정 2012.10.30 17:21

[커지는 반려동물시장..제도는 ‘걸음마’] 동물병원 몇가지 검사 뒤 영수증 보고 ‘기겁’

#1.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열일곱살인 강아지가 아파 동물병원을 찾았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술을 해야 한다며 7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수술 일정을 받은 김모씨는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술비가 아닌 검사비만 70만원이 나온 것이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위해 불가피한 검사라고 했다. 김씨는 "사전 검사가 70만원이라고 미리 얘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동물병원 측에서는 "부당한 검사라고 생각되면 환불해주겠다"고 답변했다.

#2. "처방전이나 금액에 대한 상세 내역을 따로 받은 적은 없어요. 금액 산정 근거를 따로 설명해 주지도 않아요. 사람 약처럼 금액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냥 모든 동물병원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동물병원의 검사비용은 지역, 병원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부 동물병원은 고가의 검사를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실시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처방하는 동물의약품 가격도 병원 마음대로였다. 처방받은 의약품에 대한 정보 공지가 없어 소비자는 동물병원에서 청구하는 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30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경기 지역 동물병원의 엑스레이(X-rey), 초음파 촬영비용을 비교한 결과 엑스레이 촬영비용은 장당 2만원에서 4만4000원으로 지역별로 편차를 보였다. 초음파 촬영도 1만원에서 3만원까지 동물병원마다 달랐다. 동물병원에서 수술이나 진료를 할 때 엑스레이 촬영은 기본이다.

강아지의 백신 접종 후 항체를 확인하는 항체검사도 5만~7만원으로 동물병원마다 달랐다. 유기견의 경우 백신을 맞았는지 유무를 항체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항체검사에서 항체가 확인되지 않으면 백신을 추가로 접종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는 진료비 외에도 일반 검사료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엑스레이 촬영이나 항체검사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소비자 허락 없이 고가 검사

일부 동물병원은 소비자의 사전동의 없이 고가검사를 실시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응급 수술일 경우 이런 사례가 많았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술 시 꼭 필요한 검사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 처치이기 때문에 따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검사인 만큼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일부 소비자는 동물병원이 자신의 애완견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에 기분이 상하지만 응급 상황이라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2곳 이상의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소비자는 검사 비용을 동물병원마다 지불해야 한다. 현행 법상 동물병원끼리 검사 자료 공유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불법은 아니지만 비용부담을 소비자가 모두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먼저 검사받은 동물병원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병원을 옮기지 않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며느리도 모르는 동물의약품 가격

동물병원에서 처방하는 동물의약품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병원별 편차는 확인할 수도 없다.

애완견이 한달에 한번 먹어야 하는 심장사상충 약은 보통 1만원이다. 하지만 동물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동물의약품의 경우 약사와 수의사 모두 처방이 가능하지만 수도권 약국 가운데 동물의약품을 취급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동물의약품 제조사에서 원가를 고려해 소비자가격을 책정하지만 동물병원에 공급된 이후 가격은 동물병원장 마음대로 결정되기 때문.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물의약품 3~4개 품목이 함께 처방되면 개별적 가격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동물병원에서 청구하는 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처방되는 동물의약품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모든 동물병원에서 처방전이나 금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결국 동물병원 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동물의약품 가격 문제는 동물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의약품 제조사들이 가격을 담합할 수도 있다.

또한 동물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은 전적으로 동물병원에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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