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휴대폰 강국 한국, 자국민은 푸대접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21 17:23

수정 2012.11.21 17:23

아이폰 5
아이폰 5

홀대 받는 한국 소비자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테스트 베드(Test-bed·시험대)'로 추앙받는 한국 소비자들이 홀대받고 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는 1차 출시 두 달이 지나도록 국내 출시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대기수요가 점차 이탈하는 조짐이다. 일부에서는 다음 달 3일 출시설이 떠돌면서 애만 태우고 있다.

여기다 구글 레퍼런스 기기들인 '넥서스4'와 '넥서스10'은 우리 제조사들이 개발에 참여하고도 기업 간 이해관계 때문에 정작 국내 출시는 불발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5 "기다리다 미쳐"

아이폰5가 지난 9월 21일 9개국을 대상으로 1차 출시된 지 정확히 두 달이 지났지만 한국 출시일은 아직까지도 안갯속이다.

아이폰5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원인에는 아이폰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 파업과 복잡한 공정 단계에 따른 물량 부족이 우선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을 2차, 3차 출시국에 포함시키면서도 한국은 제외하면서 아이폰5의 출시를 학수고대하는 국내 대기자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아이폰5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도 서서히 이탈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아이폰5 대기수요를 200만대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이폰5 출시 소식이 두 달이 되도록 감감소식이자 "이러다 내년에 아이폰5S를 사는 게 낫겠다" "차라리 보조금받고 갤럭시노트2나 옵티머스G로 갈아타자" "삼성과의 특허소송 때문에 한국을 무시하는 건가"라는 비난섞인 이야기들이 퍼지고 있다.

일부에선 다음 달 3일 출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폰5의 국내 지정 통신사인 KT 자회사 한 직원은 "회사에서 다음 달 3일 아이폰5 출시를 염두에 두고 직원들에게 예약 접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은 "현재 아이폰5의 정확한 국내 출시시기는 통신사에서 언급할 사안"이라고 했고, 통신사 측은 "애플과 협의 중이지만 물량 문제 등으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 아이폰5 대기자는 "아이폰5 한국 출시와 나로호 발사 중 어떤 게 빠를지 내기를 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걸 우리만 못 쓰다니"

최근 구글이 국내 제조사들과 공동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넥서스4'와 '넥서스10'도 정작 한국에선 출시가 불발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구글이 LG전자와 처음 합작한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4는 LG의 '괴물폰'으로 불리는 '옵티머스G'와 유사한 고사양 제품이지만 가격은 절반도 안 되는 38만원 수준으로 해외에서 30분 만에 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보기 힘들 전망이다. KT가 넥서스4 국내 출시를 추진 중이지만 구글과 LG전자를 설득하긴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서스4는 개발 단계부터 3세대(3G) 전용으로 해외 출시를 염두에 둔 모델이며 구글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스마트폰과 통신시장이 롱텀에볼루션(LTE) 중심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3G인 넥서스4를 출시하는 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참여한 레퍼런스 태블릿인 넥서스10도 국내 판매는 계획이 없다.

한 사용자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국내에서는 LTE만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논리를 펴는데 아직까지 3G 사용자들이 다수라는 사실을 모르냐"며 "해당 기업들이 넥서스4와 넥서스10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아우성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