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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IT업체 잇단 ‘특허공습’..한국 스마트폰 ‘무기’가 없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29 17:28

수정 2012.11.29 17:28

해외 IT업체 잇단 ‘특허공습’..한국 스마트폰 ‘무기’가 없다

특허괴물(NPE)에 이어 세계적 통신장비업체들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특허공세를 본격화하면서 한국 시장이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살벌한 특허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른 제품개발과 시장경쟁에만 치중했던 국내 제조사들은 미래 경영의 최대 위협요소로 부상한 특허 공습에 대비해 우호 기업과의 특허 연합전선 구축 등 전략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과 프랑스의 알카텔루슨트가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에릭슨은 2000년 초반부터 삼성전자와 상호 통신특허에 대해 크로스 라이선싱을 체결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재계약 과정에서 과도한 로열티 인상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알카텔루슨트는 2006년 루슨트테크놀로지가 알카텔을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전 세계 통신사업자 등에 데이터 및 음성·비디오 관련 통신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알카텔은 LG전자가 수년간 특허협상을 회피한 채 자사 특허인 비디오 전송 및 저장 기술을 휴대폰과 컴퓨터에 사용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판매 활동 없이 특허 수집과 권리 행사로 먹고사는 특허괴물은 아니지만 향후 협상력 우위를 확보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특허소송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제품개발과 시장경쟁에만 몰두해 특허 대비는 상대적으로 허술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록스타비드코, 인터디지털 등의 NPE들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수조원대 로열티를 요구하며 특허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노키아가 자사 통신 특허 500여개를 NPE인 브링고에 매각해 국내 제조사들이 특허 횡포를 우려하고 있다.

특허 전문기업인 패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NPE에 제소당한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3위, LG전자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통해 특허 경쟁력을 키운 삼성전자에 비해 후발주자인 LG전자와 팬택은 특허공습에 더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나 팬택은 특허 공습의 우선 대상이 압도적 선두사업자인 삼성전자라는 데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무릎을 꿇을 경우 곧바로 다음 목표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허 공습에 대비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전략적 변화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법무법인 원 유주영 변호사는 "단순히 특허 인력만 확충하기보다 자사 특허나 제품과 관련된 특허 보유 기업들과 적극적인 라이선스 협정을 체결해 우호적인 연합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특허괴물 등의 공세 시 합동해 대응력을 극대화할 것을 강조했다.
또 다른 특허 전문 변호사는 "애플이나 노키아처럼 국내 제조사들도 특허전문회사를 키우는 것도 미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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