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우리집 건강 주치의] 정기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13 17:13

수정 2012.12.13 17:13

[우리집 건강 주치의] 정기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뇌전증(간질)은 유전적 영향보다 후천적인 영향으로 더 많이 발생합니다."

정기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사진)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인 오해로 인해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뇌전증은 소아청소년의 10%가량만 유전적 성향에 의해 발병하지만 이는 고혈압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 유전병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통 유전적인 소양이 30% 이상 넘어야 유전병으로 분류한다.

정기영 교수는 최근 대한뇌전증학회에서 역학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4년 동안 뇌전병의 유병률 등 통계자료를 수집해 책자로 발간했다. 13일 정 교수에게 뇌전증의 오해와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뇌전증이란 어떤 병인가.

▲뇌의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로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하는 등 정보교환을 한다. 이때 특정 뇌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전기조작을 일으켜 방전(스파크)을 만들면 그 부분이 발작하게 된다. 운동영역에 방전이 일어나면 팔이 꼬이거나 뒤틀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시각영역에서는 앞이 안 보이거나 눈앞에 별이 보인다. 생각영역에서는 데자뷔(기시감) 현상 등을 발생하게 된다. 이번 조사 결과 국내에는 1000명당 4.1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소아에서 많이 발병하나.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서도 많이 발병하지만 더 많은 것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80세 이상은 1000명당 7명가량으로 발병률이 높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노화로 인해 뇌손상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33%가량 되고 뇌졸중 10%, 외상 10%, 퇴행성 뇌질환·감염 등 10%, 뇌종양 3% 등이다. 특히 뇌종양 환자의 60%, 교통사고 환자의 40%에서 뇌전증이 발생한다.

―뇌를 다치면 발병률이 높아지나.

▲그렇다. 교통사고 환자도 보통 뇌를 땅에 부딪히기 때문에 뇌전증이 발생한다. 특히 술 마시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술 마신 후 자기도 모르게 넘어졌을 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면 뇌전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당장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10년 후, 20년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전증은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가 30%가 넘는데 이 사람들은 과거에 머리를 다쳤을 가능성이 높다.

―뇌전증의 증상은 어떤가.

▲보통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이 꼬이는 것을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상태는 가장 마지막 단계인 전신발작이다. 첫 단계인 단순부분발작 단계에서는 시각, 운동, 생각 영역 등 발병 부위의 문제 행동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때는 의식이 있는 상태다. 더 발전한 복합부분발작 단계에서는 의식이 혼탁해져 행동을 하면서 본인이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후 전신발작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멍하니 입맛을 다시는 등 특정 행동을 한 후 기억을 못하면 의심해봐야 한다.

―주변에서 살피는 게 중요한가.

▲특히 어렸을 때 열경기가 15분 이상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열경기가 났을 때는 무조건 닦아주고 해열제를 먹여 열을 떨어뜨려야 한다.

―어떻게 진단하나.

▲뇌파 검사로 진단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게 된다. 하지만 본인이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 목격자의 진술이 중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뇌전증은 90%가 완치되는 병이다. 고혈압처럼 평생 약을 먹는 병이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 또 만성질환처럼 합병증이 심한 병도 아니고 약물 부작용도 거의 없다. 약물치료를 한 후 5년가량 지난 뒤에 발작이 없으면 4분의 3이 약을 끊는다.
약물치료로 70%가 완치되고 수술과 특수치료인 미주신경자극술을 하면 20%가량이 완치된다. 수술은 과도하게 방전된 부위를 찾아서 잘라내주면 된다.
미주신경자극술은 전기 신호를 몸 속에 달아 방전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치료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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