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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누수를 막아라] (2) 해외동포 건강보험 혜택 과하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07 17:19

수정 2013.02.07 17:19

[건강보험 누수를 막아라] (2) 해외동포 건강보험 혜택 과하다

#. 미국에 거주하는 A씨는 현지병원에서 초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6만5000달러(약 7075만원)에 달하는 수술비였다. 현지에서 민간보험을 들지 않았던 A씨는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고민을 하다가 한국에 가면 '재외국민' 혜택을 받아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A씨는 즉시 입국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비 314만원 중 유방암의 환자부담금인 5%가량인 16만원에다 입원비, 비급여진료비 등 210여만원만 지출했다. A씨는 "한국과 미국의 의료비 차가 워낙 커 비행기 삯이 드는 것을 감수하고서도 한국을 찾아 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3개월 거주로 건강보험 혜택

재외국민은 국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을 말한다. 재외국민들은 각종 세금을 거주국가에 내고 있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다. 3개월만 한국에 거주하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 되기 때문. 특히 유학.취업.결혼 등의 사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국내에 입국한 날 즉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현재 가입하게 되면 2012년 말 지역가입자 월평균 보험료인 8만6430원을 부과하게 된다. 유학생들은 50%만 내면 된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재외국민이 우리나라에서 치료받은 인원은 2009년 2만5152명이었으며 공단에서 175억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2010년에는 2만6207명에 196억원, 2011년에는 2만7804명에 217억원이 소요됐다. 10년 전인 2003년에는 9563명으로 1만명이 채 안됐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재외국민이 한국에 들어와서 바로 건강보험료를 낸 후 치료만 받고 해외로 돌아가는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3개월 체류' 기준을 마련했다.

■4대 중증 치료비 혜택 커

이처럼 재외국민이 국내에서 치료받기 위해 귀국한 후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재외국민 건강보험 혜택이 국민건강보험 재정 적자 폭 확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의료비가 비싼 국가에서 많이 찾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진료비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한 암, 뇌질환, 심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 등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환으로 한국을 찾으면 혜택이 더 크다. 현재 일반질환의 경우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료를 제외한 본인부담금은 20%다. 그러나 암.뇌질환.심혈관 질환은 본인부담금이 5%, 희귀난치성 질환의 본인부담금은 10%가량이다.

■건강보험 악용 문제 잡아야

또 다른 문제는 가벼운 질환의 경우 친족의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A의원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진료기록서를 보고 과거 진료에 대해 묻자 대답을 회피했다. 이 환자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한국에 왔다가 언니의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였다. 국내 의료기관이 대부분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주민번호만 대면 쉽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재외국민 건강보험 혜택은 국가 서비스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고 치료를 받는다면 문제가 없다.

이 부분은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며 체류 기간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늘리는 등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며 "문제는 본인의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친족의 보험을 도용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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