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어지럼증, 빈혈인가 했더니 ‘메니에르병’?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05 16:52

수정 2013.03.05 16:52

이승철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메니에르병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
이승철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메니에르병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피로 증상과 어지럼증을 느꼈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아닐까 생각해 응급실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지만 이상이 없었다. 이씨는 청력검사와 귀의 균형감각을 알아보는 전정 기능검사를 통해 저음역대의 난청 소견과 동측의 전정기능 이상이 동반돼 '메니에르병'으로 진단됐다.


귀 전문 소리이비인후과 이승철 원장은 5일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빈혈 등 내과적 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신경과적 질환보다는 귀와 관련된 이과(耳科) 질환"이라며 "몸이 허약해서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생각해 전문의의 처방 없이 빈혈약을 복용하거나 보양식만 챙겨 먹다가는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니에르병, 40~50대 여성 많아

메니에르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반복적인 어지럼증, 난청, 이명, 귀먹먹함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주변 물건이나 공간이 마치 회전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는 증상이 동반된다. 이 증상은 수십분에서 수시간 동안 지속된다. 또 한쪽 귀 또는 양쪽 모두에서 액체로 귀가 꽉 찬 듯한 압박감이 느껴져 심할 경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청력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난청이나 이명 등 청각증상 없이 반복적인 어지럼증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진단이 쉽지 않다.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역시 메니에르병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귀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증상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귀를 잘라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메니에르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평형기능 및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내이의 림프액이 과도하게 늘어나 달팽이관 속에 있는 막들이 팽창하는 내림프수종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메니에르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메니에르병 환자는 2006년 5만3000명에서 2011년 7만6000명으로 43.7%나 증가했다. 이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다소 높게 나타나며 40∼50대가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양쪽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약 20%에 불과하며 편두통을 가진 환자에게 메니에르병의 빈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다.

■방치하면 청력 소실될 수도

메니에르병은 자연적으로 70%가량이 호전되는 병이다. 그러나 질환을 방치하면 어지럼이 반복되면서 청력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다가 결국 청력이 소실된다. 메니에르병은 초기에는 식이조절과 약물치료 같은 내과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이에 반응하지 않는 20∼30%의 환자만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환자들은 일단 저염식 식단관리로 과다한 소금섭취를 피해야 한다. 이는 어지럼증이 발작적으로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짜게 먹는 습관은 과다한 염분 축적으로 내림프액의 압력을 높여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나트륨의 하루 권장량을 준수해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삼가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통해 피로를 누적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는 예방적 치료로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뇨제가 사용되며 혈관확장제 등도 보조적으로 처방된다.
반면 급성 메니에르병의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전정억제제 같은 약물로 어지럼을 가라앉도록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약물치료가 듣지 않으면 수술, 고막 약물주입법 등으로 어지럼을 조절하게 된다.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김동기 교수는 "최근에는 고막 내 약물주입술 중 하나인 겐타마이신 주입술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고막 내에 겐타마이신이라는 약물을 주입해 전정기관의 기능을 부분적 혹은 완전히 파괴해 어지럼을 조절하고자 하는 치료법으로 이뇨제와 식이 개선으로 치료가 실패한 환자 중 청력이 이미 좋지 않은 경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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