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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기업들 “나 떨고 있니”..`中 공포` 현실화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04 17:18

수정 2013.04.04 17:18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 '중국 공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콧대 높은 애플이 중국의 강도높은 '애플때리기'에 굴복해 이례적 사과와 개선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 휴대폰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애플을 공격했던 중국의 화살이 언제 한국 기업을 향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휴대폰 최대 생산국인데다 올해 소비 시장 비중은 30%에 육박할 만큼 막강한 지배력을 갖추면서 글로벌 모바일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흑묘백묘' 韓 기업도 안심못해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소비자 정책에 대한 반성과 사후 서비스 개선을 약속하는 사과문을 발표한 데 대해 국내 휴대폰 기업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한 관계자는 "타협을 모르는 애플이 드디어 중국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대표적 증거"라며 "아마 한국 정부와 언론, 소비자단체가 '애플때리기'에 나섰더라도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재원 출신의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애플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중국의 독특한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중국인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면 곧바로 사과받길 원하는 성향이 강한데 애플이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관영방송인 CCTV가 지난 달 15일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인 '315완후이'를 통해 애플의 차별적인 소비자정책을 고발했지만 애플이 사과없는 성명을 내자 중국 언론들과 소비자단체까지 가세해 집중적인 비난에 나섰다. 심지어 중국 공상총국은 애플의 사후 서비스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애플은 CCTV 방송 15일만에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집중포화식' 기업때리기 문화가 한국 기업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급성장 중이라 경쟁 외국 기업들이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4%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 제조사인 레노버가 13%로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3위도 ZTE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각축중이다.

중국 주재원 출신의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이나 LG같은 국내 기업들은 중국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괜찮다'고 속단할 순 없다"며 "중국은 도움이 되는 기업은 무조건 받아들이지만 위협이 되면 가차없이 등을 돌리는 '흑묘백묘론'이 경제정책의 근간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생사여탈권' 쥔 세계 최대 시장

이처럼 중국이 세계 휴대폰 기업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13억 배후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해 휴대폰 소비량이 1억9647만대로 전 세계 27.4%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2억8841만대의 판매량이 예상돼 세계 시장 비중이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생산 규모면에서도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지난 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2400만대로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40% 정도를 담당했다.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인 삼성전자, 애플을 비롯해 자국 제조사들의 생산공장이 중국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 한 임원은 "중국이 휴대폰 시장에서 '빅 마켓'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계까지 접어들었다"며 "애플마저 굴복할 정도로 중국 시장이 전 세계 휴대폰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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