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치명적 통증’ 대상포진.. 매년 환자 급증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5 16:34

수정 2014.11.06 13:39

‘치명적 통증’ 대상포진.. 매년 환자 급증

대상포진 환자의 63%가 심한 통증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6.7%는 최악의 통증을 경험했다. 이들은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마약성 진통제까지 처방받아야 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5월 피부건강의 달을 맞아 2012년 1년 동안 전국 20개 대학병원에 내원한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조사한 결과 56.7%(1만1270명)의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6.7%(1368명)의 환자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입원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피부과학회 계영철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은 "대상포진은 피부과 입원 환자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발병 빈도가 상당히 높은 질환"이라며 "치명적 통증과 신경통 등 후유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초기 증상 발생 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치료 후에도 통증 남아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에 걸려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수년 또는 수십년이 지난 다음 노령이나 질병 등의 이유로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활성화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띠 모양의 발진'과 수포가 나타나며 그 부위에 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보인다.

특히 대상포진 환자들은 후유증에도 취약해 35.4%(7048명)의 환자가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후유증 환자의 90.9%(6409명)가 겪는 것은 '통증'이었다.

통증에 의한 후유증을 겪은 환자들은 대상포진 치료 3개월 후에도 치료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의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 중 38.3%(2456명)는 '매우 심각한 통증'을, 2.7%(174명)는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각결막염 등 안구손상 5.6%(392명) △청각 이상 및 어지러움증 1.7%(118명), △대소변 이상 1.2%(84명), △안면마비 0.6%(45명) 등이 있었다.

또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재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사 결과 전체 환자 중 4%(822명) 정도가 재발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초진 당시 다른 질환으로 진단.치료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대한피부과학회 정기양 보험이사(세브란스병원 피부과)는 "대상포진을 타 질환으로 오인됐던 환자가 8.4%(1667명)나 됐다"며 "이들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더욱 심각한 통증과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환자 꾸준히 증가

대상포진 환자 수는 해마다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41만6216명이었던 대상포진 환자는 2012년 57만7157명으로 4년 새 약 40% 증가했다.

대상포진에 따른 진료비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340억원이었던 한 해 진료비가 2012년에는 약 550억원에 달해 4년 새 58%나 증가했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박영민 교수는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기억이 없더라도 감기처럼 다들 한 번씩 지나갔기 때문에 40대 이상에서 90%가량이 수두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상포진도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정 보험이사는 "면역력 강화와 예방주사 등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자가진단법

※물집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기 기운과 함께 일정 부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작은 물집들이 몸의 한 쪽에 모여 띠 모양으로 나타나는 경우

※물집을 중심으로 타는 듯 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어렸을 때 수두를 경험했거나 대상포진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평소 허약하거나 노인이거나 혹은 질병으로 면역력이 약한 경우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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