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잊혀질 권리’ 법 추진에, 포털 “기술 불가능” 반발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17 17:05

수정 2014.11.06 02:09

네이버, 다음, 네이트 포털 등에 올린 자신의 게시글, 사진, 동영상 등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에 관한 법제화 추진이 본격화됐지만 등 관련 업계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가 입법화된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제도의 필요성이나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술적 적용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 2월 발의된 '잊혀질 권리' 관련 법안인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개정안이 17일 상정돼 심의가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입법화에 따른 영향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 글, 내가 삭제 자유롭게"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가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으로 삭제요청을 받은 경우 삭제·임시 조치 등을 하게 돼있지만 위반사항에 대한 벌칙이 규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은 개인의 정보 삭제요청에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방침도 포함됐다.

이노근 의원 측은 "자신이 인터넷에 작성한 글의 삭제요청 권리 범위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나와야 한다"면서 "삭제 요청에 인터넷주소(URL)를 제시할 것인지, 링크도 삭제할 것인지, 퍼간 글·가공한 글은 놔둘 것인지 등 세부적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 회사 등이 면접을 볼때 인터넷 정보 활용이 늘고 개인들의 사생활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욕설 같은 내용을 인터넷에 게시했다가 면접 등에서 불리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인이 이런 내용을 지워 달라고 하면 게시판에서 삭제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기술적으로 불가능"

업계에서는 자신의 게시물을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인력·관리 비용 등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쓴 게시판 글이나 뉴스 댓글 등을 사업자가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게시물을 삭제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카페나 지식검색 등은 질문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등 질문과 답이 오가며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는데 원문을 삭제하면 댓글 등도 같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일반인보다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직 등이 더 관심이 높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인터넷 단체 관계자는 "자신의 글만 지운다면 큰 문제가 없는데, 자신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나 이름만 언급돼도 지워달라고 요청할 경우 다른 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개인 명예 등 공적인 이유로 삭제 요청을 할 경우 뉴스 댓글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두 가지 권리 중 어느 것이 우선시돼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이런 법이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고위직들의 희망사항이 강하게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면서 "빅데이터로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노근·권은희 의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4일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의 절차를 거쳤지만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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