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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변화와 혁신] (중) 국내 첫 중환자의학과 스마트팀 구축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25 03:47

수정 2013.06.25 03:47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과장(왼쪽 첫번째)이 최명근 하버드대의대 교수(왼쪽 두번째)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회진을 하고 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과장(왼쪽 첫번째)이 최명근 하버드대의대 교수(왼쪽 두번째)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회진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사투가 이어지는 중환자실이지만 국내의 열악한 저수가 구조 속에서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던 만큼 반향도 컸다. 환자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가족들은 물론 의료현장에 몸담고 있는 의사들까지 삼성서울병원의 혁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환자행복을 위한 의료혁신'이란 비전을 선언한 삼성서울병원의 의지와 그 결과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중환자의학과장(호흡기내과)은 24일 "중환자의학과 개설로 합병증 및 의학적 오류 발생을 줄여 진료의 질과 환자안전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하루빨리 일반병실로 옮겨져 퇴원할 수 있도록 해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 수준의 중환자의학 실현

삼성서울병원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의 중환자 치료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기존 중환자실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지영 과장과 중환자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최명근 교수(미국 코넬대 의료총괄)가 선봉을 맡았다.

우선 진료과별로 해당 질환에 맞춰 중환자실 진료가 이뤄지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중환자의학과가 핵심이 돼 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최고 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에서조차 인력과 비용 문제로 하버드대를 포함해 피츠버그대 등 일부 유명 대학병원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은 중환자의학을 전공한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할 수 있도록 교수 5명과 임상강사 4명을 포함, 9명을 전진 배치했다. 이는 미국 중환자의학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인 중환자의학 전문의와 환자 간 비율(전문의 1명당 환자 14명)과 같은 수준이다.

일부 병원에서도 당직 수준의 중환자 전담의 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지만 중환자의학을 전공한 의사만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은 중환자의학과 개설을 계기로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도 별도로 가동하기로 했다. 중환자의학과 전담의와 함께 해당 질환별 교수 및 전문의는 물론 간호사, 약사, 영양사까지 환자 치료에 모두 힘을 모았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여러 장기가 동시에 손상된 경우가 많고 환자의 상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24시간 전담팀…생존율 2~5배 높일 것

삼성서울병원은 중환자의학과 개설로 환자에게 편익이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기간이 줄어드는 만큼 직장과 가정으로 돌아갈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학회는 패혈증에 빠진 환자를 중환자 전담의가 치료했을 때 사망률이 41.6%에서 18%로 낮아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환자 전담의제를 운영하기 어려운 중환자실의 제한적인 상태에서도 3배 가까이나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을 때를 대비해 중환자의학과 초기대응팀(SMART, Samsung Medical Alarm Response Team)을 운영 중이다.

병원 자체 분석으로도 SMART팀 가동 후 환자가 곧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중한 상태에 빠졌을 때 이전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더 많은 환자를 살려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 과장은 "환자마다 나이와 장기손상 상태, 합병증 등 중증도와 급성도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환자를 상시적으로 초기 대응할 수 있는 전담팀이 환자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하버드대 중환자 등록시스템을 도입하고 임상연구결과를 공유키로 한 만큼 치료기술 발전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환자실 등록시스템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 중환자실 환자의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다. 최명근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쌓은 경험을 옮겨오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 5년 내 세계 유수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적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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