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메니에르병, 수술없이 주사로 치료 가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0 03:21

수정 2013.08.20 03:21

어지럼증 질환 중 희귀질환으로 치료가 힘든 '메니에르병'에 대한 주사 시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메니에르병 환자는 2008년 6만6549명에서 2012년 11만1051명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메니에르병이란

메니에르병은 귀의 내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임파액의 양이 많아지면서 압력에 의해 감각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과 난청, 이명 증세에 시달리게 된다.

이 질환이 발병하면 구토와 구역이 동반되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2~4시간 지속돼 보행과 운전이 어려워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 게다가 외부 소리자극이 없는데도 귓속에서 소리가 느껴지는 이명이나 정작 소리가 나도 잘 듣지 못하는 난청 현상이 이어지다 청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메니에르병 환자는 이뇨제, 혈관확장제, 스테로이드, 진경·진토제 등의 약물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전정기관의 신경을 파괴하거나 임파액을 줄이는 등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 전신마취를 통한 침습적 시술로 인해 원치 않는 합병증 및 수술 후 평형기능 및 청각 소실을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시술인 주사기 요법

최근에는 40㎎/㏄의 저농도 겐타마이신을 주사기로 고막 안쪽에 주입하는 새로운 시술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이 치료법은 1957년부터 연구됐으나 기존 약물주입 방법이 30% 이상 청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발생해 제한적으로만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농도 약물로 주사치료를 시행했을 때 최소 80% 이상에서 어지럼증이 완화되고 고농도 약물을 쓸 때보다 청력손실 부작용은 감소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 치료법은 지난 6월 초에 열린 2013 국제이비인후과연맹 세계학술대회에서 이과 분야의 중점 논의사항으로 이슈화됐다.

이 연구를 주도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원호 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총무이사)는 "저농도 겐타마이신 주입술은 치료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신마취 수술 대체 가능

연구팀은 64명의 메니에르병 환자에게 40㎎/㏄의 저농도 겐타마이신을 주사기로 고실 내에 주입하는 치료를 시행, 어지럼증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또 1년 이상 저농도 겐타마이신 주입술을 받은 환자 40명 중 36명(90%)에서 어지럼증이 효과적으로 조절됐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특히 한 차례만 고막 내에 약물을 주입한 환자는 청력 감소를 보이지 않았다.


정 교수는 "시술 시 외이도 주변에만 국소로 마취를 시킨 후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게 입원 없이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다"며 "따라서 전신마취로 진행되는 미로절제술이나 전정신경절제술과 같은 침습적 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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