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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장 급변,위기와 기회 공존] (중) 외국산게임 점령..중견게임사 위기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12 16:52

수정 2014.11.03 13:13

[게임시장 급변,위기와 기회 공존] (중) 외국산게임 점령..중견게임사 위기

외산게임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점령하고 '카카오톡 탑재 게임' 등 모바일게임이 흥행하면서 온라인게임에 치중해왔던 중견 게임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중국 등 외산게임들이 국내시장을 차지하면서 '개발사 위축→구조조정→우수개발자 해외업체 유출→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지는 국내 게임산업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고위임원은 "지난해 게임사, 정보기술(IT) 업체 등의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나온 고급인재들을 중국이 무한대로 흡수했다"면서 "중국 등 해외업체의 개발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의 희소가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주도권 외산에 내줘

12일 시장조사기관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외산 게임업체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가 PC방 점유율 40.8%를 차지하며 59주째 1위 행진을 하고 있다.

LoL은 FIFA온라인3(8.7%·2위), 서든어택(7.4%·3위)과 시장점유율에서 4~5배 격차를 내며 국내시장을 장악했다. 2012년 3월에는 아이온, LoL, 서든어택이 각각 점유율 13.2%, 12.9%, 11.8%로 대등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시장 지형도가 바뀐 것이다.


LoL이 견고한 지배력을 차지하면서 불어닥친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출시된 대작 '블레이드&소울(블소·점유율 4.1%), 아키에이지(1%대)의 흥행부진으로 이어진 것. 게다가 국내 온라인게임 10위권에 LoL, FIFA온라인3, 스타크래프트(7위.3.1%), 워크래프트3(9위.1.4%) 등 4개 외산게임이 점유율 55% 이상 차지하면서 국내 개발사의 입지가 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oL의 인기는 기대작인 엔씨소프트의 '블소'와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수백억원이 투입된 두 게임이 기대에 못미치자, 다른 업체들은 대작을 개발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온라인게임에 주력하던 중견개발사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게임업계를 주도했던 웹젠, 엠게임 등은 잇달아 적자를 기록했고 드래곤플라이, 한빛소프트 등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매니저'를 흥행시킨 엔트리브소프트나 대작 '테라'를 개발한 블루홀스튜디오도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한 중견 게임업체 대표는 "게임시장이 급변하면서 온라인게임 개발에 주력하던 중견 게임사들이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면서 "신작 투자가 어려운 시점이어서 기존 온라인게임으로 해외공략에 나서고 신시장인 모바일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中 게임 '인해전술'식 한국공략

국내 대형사도 시장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외산게임의 강세 등으로 국내 최대 개발사 엔씨소프트마저 온라인게임 점유율이 2012년 3.4분기 22.8%에서 올 1.4분기 14.6%로 8.2%포인트 하락했다. 네오위즈게임즈도 내수부진으로 2013년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5% 감소했다.

국내 개발사가 어려움을 겪는 새 중국게임이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대규모 미디어데이를 열고 중국산 온라인게임 '라프'를 국내에 들여온 유니아나의 조남현 부장은 "중국게임들이 그래픽에서는 한국게임에 뒤지지만 전반적인 품질수준은 국산 게임의 80~90%까지 올라왔다"면서 "중국산 게임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규모로 개발돼 한 달에 고품질 게임은 1~2편, 웹게임은 10여편씩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을 홀대하고 규제 일변도인 국내 정책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의 일종·외산게임은 판호를 받는 데 최소 2~6개월 소요) 등으로 외국게임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자국산업을 보호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친 게임규제로 산업이 위축되고 사기도 저하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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