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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때론 따로” 삼성-구글 ‘불안한 동거’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31 17:14

수정 2014.10.31 19:24

“함께.. 때론 따로” 삼성-구글 ‘불안한 동거’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관계가 갈수록 경쟁관계 양상으로 뒤바뀌고 있다.

양측은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견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각자 제패했지만 휴대폰,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운영체제(OS) 등 주요 사업 영역에서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불안한 동거'라는 시각이 고조되고 있다.

■동맹에서 경쟁관계로?

10월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구글은 20세기 세계 PC시장을 평정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윈-텔' 연합에 버금가는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2011년을 기점으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라는 막강한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지원 아래 승승장구하며 올 3·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3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구글 역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한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아군 덕분에 애플을 따돌리고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에서 80%가 넘는 독주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새 OS를 삼성전자 기기에 우선 지원하는 등 돈독한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사의 '밀월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상대방의 '텃밭'이나 미래 전략 사업 등 검색 시장을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서 격돌하는 양상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던 구글은 지난 2011년 모토로라를 인수해 '모토X'를 출시하는 등 삼성전자가 장악한 휴대폰 제조를 차세대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조립식 스마트폰 개발 계획을 발표해 기존 시장 질서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떠오르는 웨어러블(입는) 기기 시장도 삼성전자와 구글은 직접 경쟁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 안경 분야에서는 구글이 올 2월 야심 차게 공개한 '구글 글라스'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달 초 '스포츠용 안경'이라는 명칭의 디자인 특허를 등록하고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갤럭시 기어'를 출시한 스마트 시계 분야에서는 구글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글이 스마트워치 개발을 거의 마무리하고 수개월 안에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모바일 OS 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 등과 손잡고 리눅스 기반의 오픈 소스형 OS인 '타이젠' 상용화를 앞둬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구글은 지난해부터는 LG전자 등을 통해 '구글TV'를 선보이고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TV 시장까지 진출하는 등 양사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막론하고 '적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구글 '위기설' 차단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은 올 들어 잇따라 수뇌부 회동을 가지며 끈끈한 협력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10월 31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비공식 방문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신종균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사장 등 삼성 수뇌부들과 1시간 정도 회동을 가졌다.

양측은 최근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 협력 방안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구글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삼성전자 본사를 처음 방문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래리 페이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공장인 충남 탕정 사업장을 둘러본 뒤 서초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 부회장, 신 사장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협력관계를 다졌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삼성과 (협력관계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위에서 (삼성과 구글의 관계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는데 구글은 선도적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좋은 결실을 냈으며 앞으로도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를 포함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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