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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 위한 ‘규제’ 필요성 공감..사회적 합의가 돌파구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2 17:44

수정 2014.10.30 20:54

청소년보호 위한 ‘규제’ 필요성 공감..사회적 합의가 돌파구

#1. 18살부터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군대를 다니던 중 게임 아이디를 해킹당해 자살까지 하려 했습니다. 외롭고 힘든 현실과 달리 게임 속에선 왕이 되는 것 같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우울합니다. 게임에 빠져 대학교에서도 퇴출당했지만 게임을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디 tj*******)

#2. 고시 공부를 하던 시절 게임은 힘든 하루를 달래주는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신림동 고시촌 PC방은 게임하는 학생과 고시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이유는 힘든 현실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런 자유를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이병찬 변호사)

#3. 게임에 문제가 없다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인 문제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독단적으로 입법하지 말고 게임 업계와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규제로 처리하면 분명히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한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게임 규제를 둘러싼 '2라운드'가 시작됐다. 업계는 그간 '게임은 창조 경제의 핵심 콘텐츠 산업'이라며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제는 게임 과몰입 현상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자율 규제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해 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게임 규제 관련 법안 통과가 속도를 내는 중이라 여전히 양측은 팽팽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다.

여론은 아직도 '찬반 논쟁'이 뜨겁다. 청소년들은 게임 규제에 반대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찬성하고 있다. 의학계는 '게임중독'에 대해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대체로 보면, 게임의 과몰입에 대한 부작용을 인정하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들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산업 자체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임 중독' 과학적 근거 필요

우리나라에서 게임 관련 법안은 '진흥'보다 '규제'를 위해 시작됐다. 초창기 규제 법안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로, 이를 통해 게임물을 정의하고 등급을 분류했다. 게임만을 위한 법이 나온 것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급격이 성장한 2006년부터다. 이때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 산업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바다이야기' 사건이 벌어지며 게임의 사행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법안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이 법은 총 5번의 개정을 겪었고 그중 세번은 게임 등급 분류 기준과 게임과몰입 예방을 위해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글로벌 오픈마켓에 제공되는 국내기업의 게임물에도 적용돼 우리 기업이 역차별을 받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이 게임산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진흥법'이란 이름값을 한 건 지난해부터다. 이때 개정된 법안의 골자는 민간 자율성을 강화하고 등급분류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신의진 의원의 이른바 '게임중독법'과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 중독법'으로 게임규제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졌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논의가 빠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손인춘 의원이 법안 발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에는 '인터넷 중독'에 대한 실태조사와 문제점을 조사한 자료만 있을 뿐 '게임 중독'에 대한 근거 자료는 빠져 있다.

■'사회적 합의' 통한 자율규제 필요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을 무조건 외면할 순 없다. 남경필 의원(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회장)은 "중국에선 2005년 게임을 전자헤로인(마약)으로 규정하며 강한 규제 정책을 펼쳤으나 5년 뒤 실효성 없이 규제를 철회했다"며 "우리나라가 실시했던 셧다운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게임산업을 두고 청소년보호와 창조경제 실현의 딜레마에 놓여있는데, 강한 규제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더 강력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부, 정치권, 산업계가 모여 자율 규제를 이뤄내는 것이 효과적이며 경제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율규제에 협력하기 위해 그동안 강력한 게임 규제로 태도를 일관하던 여성가족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참여의사를 내비쳤다.
여성가족위원회 김상희 위원장은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중독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풍부한 연구를 통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자율적 게임 규제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도 적극적으로 나설 기세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처음에는 자율을 포함한 어떤 규제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단기적인 수익감소를 감안하고라도 장기적으로 살 길을 찾기 위해 자율규제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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