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은 등골 브레이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0 16:51

수정 2014.10.30 14:03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은 등골 브레이커?

반려동물은 이제 단순히 키우는 재미를 넘어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이 5가구 중 1가구에 달하고 있고 당뇨측정기에 애완견보험까지 나오는 등 관련산업도 해마다 20% 가까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주요 일간지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면을 신설해 독자들에게 월 1∼2회 정보전달과 함께 관련산업을 조명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전체 17%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싱글족이 늘면서 그 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 반려동물 산업도 가파른 성장세다. 특히 반려동물 산업에 '케어'와 '웰빙'을 접목한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미흡한 데다 해마다 늘어나는 유기동물은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신사업과 프리미엄화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조원대 수준이었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2012년 1조8000억원대로 성장했다. 2000년 이후 매년 15~2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이 시장은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진짜 가족처럼 여기는 '팻팸족'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키우는 사람의 쾌적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호텔과 유치원, 애견 카페 등이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사람 수준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견 장례 사업은 연간 매출이 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만을 위한 피부관리 서비스와 스파 시설, 놀이공간, 레스토랑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예절 교육과 사회화 교육을 진행하는 훈련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반려동물 사진을 공유할 수 있고, 동물병원과 용품숍, 애견 카페 등 반려동물을 위한 매장 위치와 전화번호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당뇨측정기에 전용 보험까지

반려동물 사료와 동물용품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도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동물병원은 대형화, 전문화되고 있다. 치료뿐 아니라 카페와 놀이시설 등을 함께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 대한제분에서 투자해 2011년 설립된 이리온 동물병원은 '동물병원 대형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병원에는 동물의료원, 호텔, 유치원, 트레이닝 센터, 미용실 등을 갖추고 반려동물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동물병원에는 반려동물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첨단 자기공명영상(MRI)이 설치된 곳도 있다. 반려동물의 당뇨를 체크하는 동물 전용 당뇨측정기도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애완견 보험도 나왔다. 보험업계가 '애견보험'을 내놓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2'는 사람들을 위한 보험처럼 애견에게 질병이나 사고가 생겼을 경우 치료비를 지급해 주는 보장성 상품이다. 메리츠화재도 건강한 반려동물 키우기 문화 정착을 위해 한국동물병원협회와 함께 국내 최초 반려견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튼튼K'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마이팻보험'을 출시했다.

■반려동물은 '등골 브레이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이 사람들의 '등골 브레이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간식이나 사료는 고급 수제식이 인기를 끌고 있고 고가의 액세서리와 보조용품은 필수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다수 소비자들은 옷이나 장난감류, 침구류 등은 수입 제품을 선호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선 개 돌침대(30만~40만원), 개 시계(20만원), 반려동물 살균건조기(200만원) 등의 고가 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 용품 고가 프리미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급성장하면서 반려동물 용품에 거품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천차만별 동물병원 진료비는 제도 미흡으로 생긴 부작용인 동시에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진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사라지면서 지역마다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2000년부터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 된 것이다. 여기에 동물병원이 프리미엄화되면서 소비자의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기준이 없어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진료비 문제로 수의사들이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물등록제 정착까지 시간 필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 이슈로 자리매김한 유기동물 문제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2년 유기동물은 9만9254마리이다. 2010년 이후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주위에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등은 여전히 많다.

이처럼 유기동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정부는 올해 인구 10만명 이상 시·군·구에 거주하는 반려견 소유자를 대상으로 동물등록제를 운영 중이다. 전국의 반려견 127만 마리 중 동물등록제에 등록한 반려견은 67만마리이다. 작년 한 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뒀지만 마이크로칩에 대한 거부와 홍보 부족으로 등록률은 53%에 불과하다. 뚜렷한 규정이 없는 단속법의 맹점은 물론, 내·외장으로 구분된 식별 마이크로칩의 실효성 여부 등 보완점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 단속에 대한 실효성도 문제다.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나 등록인식표 경우 임의로 탈부착이 가능해 동물유기 시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견의 등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1년간의 시범사업을 하는 등 제도 정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제도 정착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정부는 동물등록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동물등록관리시스템 정책 홍보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sk@fnnews.com 홍석근 조지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