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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기기, 방송 플랫폼으로 급부상

김수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1 17:37

수정 2014.10.24 12:46

OTT기기, 방송 플랫폼으로 급부상

#1. 미혼 직장인 A씨(30·남)는 서울 근교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TV를 사긴 했지만 유료방송이나 인터넷TV(IPTV)를 신청하는 건 돈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회 구입 비용(5만~7만원대)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오버 더 톱(OTT)서비스를 알게 돼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2. 40대 후반의 B씨(여)는 거실 TV 말고 부부 방에 놓을 프로젝터를 하나 더 사 홈시어터룸을 꾸밀 계획이다. 거실 TV는 가족들이 많이 이용해 유료방송을 신청해도 무리가 없지만 홈시어터룸에 설치할 세컨드TV는 영화나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볼 때만 필요해 OTT서비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오버 더 톱(OTT)' 기기가 국내에서 주요 방송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OTT는 방송 편성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주문형 비디오(VOD)를 볼 수 있어 기존 스마트TV나 유료방송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스마트TV 구입비용이나 유료방송 가입비보다 가격대가 획기적으로 저렴해 1인가구나 세컨드TV를 둔 가정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스마트폰 및 PC 기반의 영상 서비스 '티빙'의 콘텐츠를 TV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티빙스틱'을 출시했다. 티빙스틱은 CJ헬로비전이 지난 2011년 기술 개발에 착수한 뒤 3년여 만에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티빙스틱 출시로 660만명에 이르는 티빙 고객들은 스마트폰에서 보던 각종 영상콘텐츠를 TV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티빙스틱은 영화 및 방송 VOD 5만편, 케이블 및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150여개를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구글도 국내에 '크롬캐스트'를 출시한 바 있다. 크롬캐스트도 OTT기기의 한 종류로, 스마트 기기에서 보던 영상을 TV에서 손쉽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구글코리아는 CJ헬로비전 및 SK플래닛과 제휴를 맺고 티빙이나 호핀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CJ헬로비전 측은 "티빙스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구글과의 협력관계는 필수"라며 "게다가 CJ헬로비전은 티빙스틱뿐 아니라 여러 제휴 기기들에서도 동일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각 기기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티빙스틱과 국내 OTT시장에서 경쟁관계인 구글 크롬캐스트에도 티빙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이제 막 OTT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OTT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OTT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미국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 중 27%가 OTT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비율은 32%다. 미국의 대표적인 OTT사업자는 구글 크롬캐스트, 로쿠, 훌루,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유료방송이 주요 방송 플랫폼 사업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유료방송도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방송가입자수는 지난 2010년 6월 1522만5892명에서 2011년 6월 1496만5088명으로, 2012년 6월엔 1488만6319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이듬해인 2013년 6월 1494만7160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올해 6월 1483만4605명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해서 유료방송 시장에 본격적인 가입 탈퇴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OTT시장의 경우 현재 주요 타깃층은 △세컨드 TV를 둔 가정 △1인 가구 △지상파 방송만 보는 가정 △캠핑이나 여행지에서 VOD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서 OTT서비스는 유료방송의 보완적 역할로 성장해 나갈 전망이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TV를 보는 이용자 환경이 다양해지는 만큼, 티빙스틱은 방송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티빙스틱으로 나홀로가구 등 새로운 시청가구를 확보해 급팽창하고 있는 OTT 분야를 견인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오버 더 톱(OTT) 서비스란 기존 방송·통신서비스 이외의 제3의 사업자가 인터넷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OTT 기기는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활용해 스마트기기나 개인용컴퓨터(PC)에서 보던 방송 콘텐츠를 TV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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