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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자살 높은 이유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2 09:19

수정 2014.10.24 12:33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자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는 감정을 억누르고 속으로 삭이다 병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0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팀은 최근 하버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모리죠 파버 교수팀과 함께 한국 삼성서울병원 등 14개 대학병원에서 1592명의 환자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14개 주요 대학병원과 41개의 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3744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연구를 진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전 교수팀에 따르면 우울증이 자살과 같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경우는 한국이 많았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중이거나 최근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우리나라 환자에게선 6.9%로, 미국인(3.8%)의 2배 가까이나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이 지난 2012년에 발표한 2010년 기준 자살자 수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12.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 수는 31.2명으로 미국의 약 2.5배 수준이다.

하지만 우울증 척도의 총점이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14.58점으로 미국 환자의 19.95점에 비해 전반적으로 30% 가량 낮았다. 삶의 질 척도(Q-LES-Q-SF)에서 우울증 심각도는 한국이 39.15점으로 미국의 37.33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들은 미국 환자들에게 비해 같은 정도의 우울증에서 우울증 심각도가 낮게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전 교수는 "이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환자가 우울한 기분을 말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정도가 미국 환자보다 낮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환자는 불면증, 식욕저하, 불안, 체중감소, 건강염려증 등의 증상을 더 많이 호소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을 치료하러 와서도 본인의 우울증 정도에 대해 과소평가할 정도로 자신의 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따라서 시급한 치료와 조치가 필요하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이 억압돼 있고 표현을 잘 안하기 때문에 자살징후가 나타날 정도가 돼야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병원에 와서도 이러한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다 보니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 교수는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자살 위험이 높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다고 규명한 바 있다.

전 교수는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과 비용을 줄이려면 한국인의 우울증 특성에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감소시키고 우울증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임상정신약리학회(International Clinical Psychopharma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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