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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했더니 “너 가슴 크니?”

뉴스1

입력 2013.12.06 16:18

수정 2014.10.31 11:47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했더니 “너 가슴 크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했더니 “너 가슴 크니?”


#홈쇼핑 상담원 A씨는 여느 때와 같이 고객의 주문 전화에 응대하다가 깜짝 놀랐다. 주문 처리를 요구하던 고객이 갑자기 성희롱적 발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예쁘다. 남자친구 있냐”로 시작한 고객은 “너 가슴은 크니?”라고 묻더니 “나랑 자자”고까지 말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객의 주문 접수를 완료한 A씨의 가슴은 다시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 누가 찾아왔다는 말에 로비로 내려가 마주한 사람은 ‘상담원 OOO였습니다’는 마지막 멘트를 기억하고 회사로 찾아온 그 남성고객이었다.
경찰신고로 처리됐지만 해당 직원은 지금도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

#콜센터 근무 1년 차 상담원 B씨는 오늘도 회사 앞에서 퇴사를 고민한다. 매일 아침 그를 괴롭히는 것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다. A씨는 오늘도 혼잣말로 “또 전화오면 어떻게 하지”라며 중얼거린다. 그는 어젯밤에도 “씨X아 나 알지? 책임자가 누구야?”, “넌 목소리 톤이 틀렸어. 반성문 써서 나한테 보내” 따위의 말을 들었다.

6일 NS홈쇼핑(대표 도상철)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원 두명 중 한명은 전화 상담 중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S홈쇼핑은 세계 인권의 날(12월10일)을 앞두고 전화 상담원들의 인권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11월18일~12월2일 콜센터 상담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상담원의 94%가 악성 고객의 폭언에 힘들어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적게는 주 1회, 많게는 주 20회까지 인권침해고객에 시달려 왔다. 게다가 상담원 둘 중 한 명은 성희롱 경험이 있었으며 남자 상담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나이가 어리거나 야간 근무자일수록 빈도수가 높았다. 첫 근무부터 3개월 이내에 성희롱을 당했다는 답변도 33%나 차지했다.

여성고객의 인권 침해도 만만치 않다. 상담원 C씨는 한 여성고객을 응대하다 욕보다도 더한 모욕감을 느꼈다. 어떤 고객은 “너 그 나이에 어떻게 그 자리에 있어? 너 사장 세컨드지?”, “너 왜 그렇게 콧소리를 내? 남자 꾀려고?”라고 퍼부었다.

설문에 따르면 이런 인권침해고객의 전화라도 상담원들의 88%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응대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인권침해 상황에도 상담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서비스 규정상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상담원 D씨는 “밥 먹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는 고객을 3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기도 했다.

모욕적인 순간까지 참아내야 하는 상담원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이들은 근무 중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해 ‘인간 이하 취급을 받으니 모멸감을 느낀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것 같다,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신적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 이직에 대한 충동도 높다. 실제 인권침해고객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유로 78%가 이직하는 동료를 본 적이 있고, 79%는 본인도 이직에 대한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이직률이 16.8%(한국산업기술협회·2011년)인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고통받는 상담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인권침해고객 차단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상담 중이더라도 폭언에 시달린다면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상담원은 전체의 39%로 가장 높았다. 37%는 반복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고객을 완전히 차단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NS홈쇼핑 관계자는 “NS홈쇼핑은 습관적으로 성희롱, 폭언, 모욕 등을 하는 ‘인권침해고객’들로부터 상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11월1일부터 특정 인권침해고객을 차단하는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러한 시스템 마련에 앞서 우리 모두의 인권을 위해 타인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하는 건전한 사회 문화조성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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