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화장품 전문점’이 사라지고 있다..왜?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7:16

수정 2012.02.19 17:16

 

‘화장품 전문점’이 사라지고 있다..왜?

 "몇 해 전만 해도 인근에 화장품전문점이 35개나 됐는데 요즘은 다 사라지고 딱 세 곳만 남았어."

 19일 서울 영등포동 영등포전통시장 인근에서 30년째 화장품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모씨(62)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숍에 밀려 전문점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세권이나 대학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의 E공인중개사 대표 지모씨(67)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대역에서 이대정문 사이 5개 정도의 종합화장품점포가 있었는데 대기업 브랜드숍이 들어오면서 다들 문을 닫았다"며 "이는 명동 상권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저가형 브랜드숍과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멀티브랜드숍을 확대하면서 화장품전문점이 사라지고 있다. 화장품전문점은 개인사업자가 직접 여러 화장품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소매상점이다.


 현재 전국 화장품전문점은 4000여개다. 이는 1990년대 후반 1만7000개에서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미샤,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 이들의 몰락 원인이다.

 실제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고 있는 원브랜드숍 에뛰드의 경우 2008년 184개에 불과했던 매장수가 지난해 315개로 늘었고,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은 890개에서 1300개로 늘었다.

 업계 2위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원브랜드숍 더 페이스샵과 멀티브랜드숍 보떼 역시 이 기간 각 300개 이상 매장수를 늘렸다.

 대기업이 뛰어든 브랜드숍 시장 규모는 2008년 1조1800억원에서 2011년 2조900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화장품전문점 시장규모는 눈에 띄게 줄었다. 2008년 4800억원이던 화장품전문점 매출액은 지난해 27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미샤나 더페이스샵의 연간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연평균 10% 안팎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체 화장품시장에서 화장품전문점만 유일하게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시장 축소와 경쟁에서 떠밀려 전문점에서 브랜드숍으로 업종 변경한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등포전통시장 근처에서 3년 전 화장품전문점을 대기업의 멀티브랜드숍으로 바꾼 김모씨(54)는 "브랜드숍이 늘어나서 브랜드숍으로 전환했지만 너무 많은 경쟁 브랜드숍이 생겨 전문점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또 3년에 한번씩 인테리어 교체 등 본사 방침을 따르다 보면 서민들이 브랜드숍을 해서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자본금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영등포역 앞에서 화장품전문점을 운영 중인 문모씨(34)는 "브랜드숍으로 전환한 매장은 본사의 방침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점주가 가격을 할인해주지 못하도록 미스터리쇼퍼까지 운영하고 있어 가격결정권마저 본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손영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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