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빗장풀린 병행수입..명품가격 내려간다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4 20:41

수정 2009.06.24 20:41



법원이 병행수입 제품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입된 제품이라고 판결, 병행수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병행수입 제품의 경우 라이선스 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온 제품들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인하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라이선스 수입업체들이 병행수입품을 짝퉁으로 몰면서 유통업체에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 경우 대부분 영세한 병행수입업자는 소송이나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해 왔다. 최근에는 공식수입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문제제기를 남발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법원, 병행수입품도 적법하게 수입된 진품

그러나 이번에 법원이 병행수입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3부는 24일 일본 헤어미용 브랜드 라이선스 수입업체가 지난해 11월 옥션 등을 상대로 병행수입업자의 판매 제품이 위조품이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병행수입업자가 판매한 제품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수입된 제품으로 옥션은 상표권 침해에 대한 방조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오픈마켓 업체들은 ‘병행수입=짝퉁’이라는 편견이 깨질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병행수입 제품은 모두 짝퉁이라는 식의 인식이 퍼져 있어 병행수입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에 대해서도 안 좋은 시각을 갖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입된 병행수입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가격 20% 이상 인하 전망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병행수입 제품의 가격이 저렴한데 이번 판결로 병행수입이 활성화되면 라이선스 수입업체들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오픈마켓에서 병행수입으로 판매되고 있는 수입 브랜드 화장품의 오픈마켓 가격과 백화점 가격을 비교해 보면 많게는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랑콤 버츄어스 마스카라의 경우 백화점에서는 3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G마켓에서는 1만8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송비 2500원을 포함한다고 해도 1만6900원의 가격 차가 발생한다.

SK-Ⅱ의 훼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150㎖)도 백화점 가격은 15만3000원이지만 인터파크에서는 9만4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배송비 3000원을 더해도 9만7000원에 불과해 5만6000원의 가격차가 난다.

갈색병으로 잘 알려진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에센스(50㎖)는 11번가에서 9만153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송비 2500원을 합쳐도 백화점 판매가(13만5000원)보다 3만9970원이나 저렴하다.

이에 따라 당장은 아니더라도 병행수입이 활성화될 경우 제품 가격이 20% 이상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대기업 병행수입시장 진출

이번 판결로 그동안 병행시장 진출을 검토해 온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중소 수입업체들이 주로 오픈마켓을 통해 온라인에서 수입제품을 팔고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유럽 최대 유통업체 ‘마리오노’와 제휴를 통한 병행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병행수입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이 병행수입을 하게 되면 수입된 화장품을 자사 유통망인 ‘뷰티플렉스’를 통해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뷰티플렉스는 전국적으로 900개에 육박하는 매장이 포진해 있어 LG생활건강이 이곳에서 수입 화장품을 판매하게 되면 화장품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대기업인 GS리테일이 대만 드러그스토어 왓슨스와 함께 만든 ‘GS왓슨스’ 역시 대만 매장에서 병행수입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병행수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환율도 높고 경기가 침체돼 있어 아직 병행수입이 활발하지 않지만 환율이 정상화되고 경기가 풀리면 병행수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화장품은 현지 가격과 우리나라 백화점 가격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아 병행수입에 나서는 이들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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