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억울한’ 치킨집.. 본사만 배불린다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14 18:29

수정 2010.12.14 18:29

#. 20년가량 치킨매장을 운영하다가 최근 사업을 중단하고 업종전환을 준비 중인 K씨. 그는 “이익률(마진)이 40% 이상”이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말만 믿고 사업을 시작하면 낭패를 본다고 충고했다. K씨는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금액만 놓고 보면 수치상으로는 40% 이상의 마진이 남지만 인건비와 배달에 소요되는 비용, 임대료 등을 제하면 실제 이익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점주는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아내가 주방을, 자신이 직접 배달을 했을 때 마리당 3000원이 채 안되는 비용을 남길 수 있었다.

치킨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마진)만 줄여도 치킨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킨업계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른 시일 내에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원가를 공개해 시장이 결정한 적정 가격으로 치킨값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형 마트 등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착한가격’의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정치권은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일방통행식 주문만 할 것이 아니라 ‘영세상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 ‘소비자 선택권’ 등을 배려하는 시장밀착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 롯데마트 통큰치킨
15일 치킨업계와 치킨전문점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프라이드 치킨(1만4000∼1만6000원) 브랜드의 평균 원가(가맹점 공급가)는 9000원가량이다. 여기엔 3000원가량의 본사 마진이 포함됐다.

수치상으로의 점주수익(5000∼7000원)이 본사보다 2배가량 높지만 건물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제하면 실제 점주가 가져가는 금액은 1000원대 중반에 불과하다. 결국 본사가 두배 이상 높은 수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결국 가맹점 한 곳당 하루 평균 50마리를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1000개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1억50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이는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한국계육협회의 시세정보에 따르면 14일 현재 생계가격은 크기에 관계없이 1680원이다. 털을 뽑은 생닭의 가격은 7∼8호(651∼850g)가 3117원, 9∼10호(851∼1050g)가 2985원, 11호(1051∼1150g)가 2871원이다. 이를 다시 하림, 마니커 등 육가공 전문기업이 절단을 하면 원가에 500원 이상이 더해진다. 이렇게 공급받은 절단육에 본사가 마진을 일부 붙여서 가맹점에는 4000원대에 공급한다. 1680원짜리 닭이 고객의 식탁에 오르는 순간 1만6000원으로 둔갑하는 셈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치킨프랜차이즈들은 당분간 가격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원가가 몇 백원에 불과한 커피를 5000원 받는 것은 적절하고 4000원대 절단육을 1만4000원에서 1만6000원에 파는 것은 폭리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록주 한국소비자연맹 실장은 “롯데마트 통큰치킨은 사전 계약 등 치밀한 준비로 가격을 낮춘 것인데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비싸게 느끼는 것만큼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광고비, 유통비 등을 줄여서 적정한 가격으로 치킨을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유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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