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현장클릭] ‘나가사끼짬뽕’이 비겁했다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02 17:43

수정 2011.12.02 17:43

삼양식품이 지난 1일 이마트에서 '나가사끼짬뽕'이 농심의 '신라면' 매출을 눌렀다는 자료를 배포하자 라면업계가 술렁거렸다. 기자들 역시 '사실일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나가사끼짬뽕이 선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삼양식품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삼양식품 주장에 따르면 137개 매장을 보유한 이마트에서 11월 한 달간 나가사끼짬뽕이 올린 매출은 18억원이고 신라면은 17억원. 그러나 이 수치는 신라면 5개 묶음상품을 제외한 낱개 상품 매출이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11월에 판매된 신라면은 묶음상품과 소형 박스 상품까지 포함하면 31억원에 달했다.

이마트 매출만 공개한 것도 아이러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을 모두 종합했다면 삼양라면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마트 매출만 공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이마트에 집중적인 물량 마케팅을 전개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나가사끼짬뽕은 이마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5+1' 행사를 열고 있다.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1·4∼3·4분기 누적 매출과 점유율만 봐도 삼양식품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이 조사한 1·4∼3·4분기 누적 매출과 시장점유율에서 삼양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유일하게 역신장했다.

올 3·4분기 누적 라면시장 규모는 1조2417억7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0억원가량 증가했다. 부동의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이 중 85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시장점유율 면에서 68.98%에 달하며 전년 대비 0.06%포인트 증가한 것. 3, 4위 기업인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도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을 각각 0.51%포인트, 0.48%포인트 높이면서 시장점유율이 10.86%, 8.9%였다. 반면 삼양식품은 나가사끼짬뽕을 출시했음에도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1.05%포인트나 감소한 11.26%였다.
1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3, 4위 기업과의 격차는 좁혀진 셈.

이 수치만 놓고 보면 나가사끼짬뽕이 신라면을 제쳤다기보다 나가사끼짬뽕이 삼양식품의 대표제품인 삼양라면의 시장을 잠식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 매출이 호조인 것을 자랑하고 싶지 않은 기업이 있을까마는 그것이 경쟁사에 흠집까지 내가면서까지 과연 필요했을까.

/yhh1209@fnnews.com유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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