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식음료 독점시대 끝났다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21 22:18

수정 2012.03.21 22:18

식음료 독점시대 끝났다

식음료 시장에서 독점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고 있다. 라면, 커피, 홍삼 등 그간 70% 이상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던 1위 브랜드들이 후발주자들의 거센 공격으로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신 후발주자들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1위 브랜드들이 내놓은 카드는 '제품의 다양화'였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곧 소비자 주권인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들어 왔다.

21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라면, 커피, 홍삼 분야 1위 기업들은 후발기업들이 신제품을 내세워 반전카드를 내놓으면서 수십년간 지켜온 70~80%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세에 돌입했다.


라면 시장 부동의 1위 농심은 지난해 월별 시장점유율이 한때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이상 감소했지만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올해 1월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하얀국물 라면 삼총사로 불리는 나가사끼짬뽕, 꼬꼬면, 기스면을 앞세운 후발주자들은 시장점유율을 1~2%포인트가량 끌어올리면서 선전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58.9%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1월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61.2%로 다소 만회했다. 이는 2010년 시장점유율(70.1%)보다 9%포인트가량 하락한 수치다. 반면 올해 1월 삼양식품은 15.9%, 오뚜기는 10.7%, 팔도는 10.5%로 점유율을 높였다.

농심은 20년 만에 점유율이 60%대 미만으로까지 하락했다. 이는 농심이 1등으로 안주하지 않고 쌀국수짬뽕, 후루룩칼국수 등 발빠르게 후속 브랜드를 내놓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9년까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식품의 '맥심'과 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가 8대 2 구조를 나눠 가졌다. 커피믹스는 동서 아니면 네슬레로 대표되는 독점의 시대가 20년간 이어진 것.

그러나 2010년 남양유업이 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제품의 다양화가 이뤄졌다.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남양유업은 지난해 1월(대형마트 기준) 1.7%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지난달에는 22.7%까지 끌어올렸다. 동서식품은 80%대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초까지 유지했으나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77.1%로 하락했다.

커피믹스 시장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동서식품은 신개념 커피인 카누에 이어 연아커피로 불리는 무지방 우유 커피믹스 맥심 화이트골드를 출시해 반격에 나섰다.

홍삼시장에서도 다양화가 한창이다.
1996년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잃어버린 한국인삼공사는 매년 평균 1~2%포인트씩 후발주자들에게 점유율을 내줬다. 결국 정관장은 연령대별 맞춤 홍삼제품과 홍삼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으로 영역을 넓혔고 이는 후발주자들까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마트 서울 구로점을 찾은 박경환씨는 "'라면은 농심' '홍삼은 정관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고 있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구매가 가능해졌다"며 "최근 독점구조가 무너지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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