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현장르포] 남양유업 ‘밀어내기’ 종착지 서울 청량리·영등포 ‘삥시장’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2 17:03

수정 2013.05.12 17:03

서울 청량리종합도매시장과 영등포도매시장은 '밀어내기'로 생긴 물량들이 대리점주와 영업사원들을 통해 흘러드는 대표 '삥시장'으로 꼽힌다. 청량리종합도매시장의 한 도매상 직원들이 땡처리 음료제품들을 옮기고 있다.
서울 청량리종합도매시장과 영등포도매시장은 '밀어내기'로 생긴 물량들이 대리점주와 영업사원들을 통해 흘러드는 대표 '삥시장'으로 꼽힌다. 청량리종합도매시장의 한 도매상 직원들이 땡처리 음료제품들을 옮기고 있다.

"본사의 '강제할당'으로 어쩔 수 없이 받은 물량이 넘치다 보니 반값에라도 내다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남양유업 대리점주 김모씨)

"본사가 재고와 책임을 대리점에 떠넘긴 결과로 생긴 것이 '삥시장'입니다." (전국유통상인회 이동주 기획실장)

서울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청량리종합도매시장'. 이곳은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푸시(push) 전략'이 악용된 '밀어내기' 행태로 생긴 부산물들이 흘러드는 최종 종착지다.

일명 '삥시장' 또는 '땡처리 시장'으로 불린다.

최근 불거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와 영업사원 폭언 파문에도 지난 11일 기자가 찾은 청량리종합도매시장에서는 여전히 '땡처리' 물량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100m 남짓한 시장 거리에는 승용차에 물건을 싣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또 가게 앞 인도에는 음료, 라면, 커피 등 가공식품부터 화장지, 세제, 부탄가스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박스째 쌓여 있었다.

청량리시장의 한 음료 도매상인은 "이곳 물건들은 생길 때마다 불규칙적으로 들어온다"면서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일반 대형마트 대비 최소 20%가량 저렴해서 매점이나 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시장에서는 현금거래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곳에서는 편의점에서 병당 850원에 팔리고 있는 '제주 삼다수(500mL)' 1박스(20병)가 8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칠성사이다(500mL)' 1박스(30병)와 '코카콜라(250mL)' 1박스(30캔) 역시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1만7500원과 1만80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직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도매시장에 땡처리 물량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삥시장'에서 물건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면서 "보통 때보다 싼 가격의 물량이 들어오면 오래 거래한 상인들은 미리 귀띔을 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삥시장'으로 꼽히는 영등포도매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영등포시장의 한 도매상인은 "주로 영세 슈퍼 주인들이 찾아온다"면서 "조금이라도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땡처리 물량이 있는지 종종 묻는다"고 말했다.

이같이 '밀어내기'로 형성된 '삥시장'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찾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존재다. 하지만 기업들이 책임져야 할 재고 등의 부담을 개인 대리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을 대변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식품업체 대리점주 이모씨는 "밀어내기 물량이 한 달에 많게는 1000만~1500만원에 달하다 보니, 3년간 사업하면서 밀어내기 물량만 5억~6억원에 달한다"면서 "밀어내기로 받은 물건은 자금회전을 위해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

이는 대리점주를 억압하는 영업구조가 불러온 결과"라며 한숨 지었다.

아울러 전문가들을 이 같은 '삥시장'이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이승창 교수는 "삥시장은 가격 경쟁으로 운영돼야 할 시장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유통기한, 품질 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들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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