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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동아원그룹 와인계열 부회장 “‘몬테스’ 뛰어난 품질 유지로 국민와인 등극”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4 17:34

수정 2014.10.29 01:47

김영근 동아원그룹 와인계열 부회장은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와인의 매력"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영근 동아원그룹 와인계열 부회장은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와인의 매력"이라며 활짝 웃었다.

"몬테스 와인을 수입할 당시만해도 이렇게 커갈 줄 몰랐다. 하지만 국민의 입맛에 맞게 품질이 뒷받침됐다는 의미인 만큼 뿌듯하다."

칠레 와인 '몬테스'가 수입 와인 최초로 누적 판매량이 600만병을 넘어섰다. 국내 성인 인구(3900만명) 중 약 6.5명당 1병꼴로 몬테스 와인을 마신 셈이다.
이처럼 몬테스 와인을 대중적 와인으로 키운 '산증인'인 김영근 동아원그룹 와인계열 부회장을 만나 몬테스 와인과의 인연과 의미, 그리고 와인 업계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와인 대중화 꿈' 몬테스와 만남

김영근 부회장이 몬테스 와인을 만난 것은 지난 1997년 9월 칠레 와이너리 단체인 'Pro Chile'가 10여개의 와이너리를 이끌고 한국에 첫 방문을 했을 때다.

칠레와이너리는 하얏트 호텔에서 수입선 확보를 위한 테이스팅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해 동아원은 나라식품이라는 와인 회사를 설립했다.

대표였던 김 부회장은 몬테스와 카네파, 타라파카라는 브랜드를 접촉했다. 다른 와인들의 국내 수입권은 쉽게 획득했지만 몬테스는 어려웠다. 몬테스는 2~3년 전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홍보가 미미한 상태였다. 그런데 신생 수입사를 수입처로 선택하자니 망설일 수밖에 없었을 터. 김 부회장은 열정 그리고 탄탄한 재정 등을 앞세워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몬테스 등 칠레와인에 김 부회장이 공을 들인 것은 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신념 때문이다. 이 회장이 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와인의 대중화를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소통의 매개체로 음식과 와인이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 당시 한국의 음주문화는 폭탄주 등 폭음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김 부회장은 "이 회장은 프랑스·이탈리아 와인 대신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국·칠레 등 신대륙 와인들을 주로 소싱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다. 첫 발주를 한 1997년 11월 IMF가 터져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김 부회장은 "11월 발주한 와인이 다음해 1~2월 순차적으로 들어왔을 당시 환율은 2배가랑 폭등했다"면서 "여기에 문을 연 매장은 손님 하나 없어 이 회장에게 '사업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와인 사업은 길게 보면 된다며 독려했었다"고 회상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 다음은 놀라울 만큼 쉽게 풀렸다. 지난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추첨을 위한 갈라 디너 메인 와인으로 선정되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1년 새 판매량이 2,5배나 늘었고 2003년 칠레 대통령 방한 때 공식 와인으로 선정되는 등 운도 따라줬다.

■몬테스와 끈끈한 믿음이 큰 힘

김 부회장은 이 같은 성공에는 좋은 인연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몬테스 창업자들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자 중 한 명이자 현재는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더글라스 머레이에 대해 '진심마케팅의 대가'라고 회상했다.

김 부회장은 "머레이는 남대문이 방화로 소실됐을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감스럽다'며 팩스를 보내왔고 한국이 축구에서 이기면 어김없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레이는 한국에 올 때마다 주머니에 천사상을 가지고 다니면서 만나는 이들에게 천사의 가호를 기원하며 선물을 주곤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몬테스 와인 레이블에 천사가 그려진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는 "몬테스와 우리는 사업 파트너를 넘어 '패밀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파트너를 넘어선 영혼의 유대관계 사이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와인 대중화 위해 세율 개편

김 부회장은 몬테스의 발전 속도에 비해 국내 와인시장은 한정적인 점을 안타까워했다.

김 부회장은 "몬테스는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계속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만 아직 한국 시장에서는 카르비네쇼비뇽 등 일부 제품만 잘 팔리고 있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다양한 와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국내 수입사에서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와인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율 체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칠레·미국· 유럽 와인들이 관세 혜택을 보지만 세율이 높아 다른 나라에 비해 프리미엄와인의 경우 국제 시세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부분이 와인 산업 질적 성장을 저해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도주일수록 세율을 높이는 등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현행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기고 가는 것은 아름다운 관계라고 생각한다"면서 "와인이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게 하는 소통의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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