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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키프로스에 최후통첩..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2 17:09

수정 2013.03.22 17:09

키프로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진통이 거듭되는 가운데 사태 전개가 빨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21일(이하 현지시간) 키프로스가 오는 25일까지 구제금융에 합의하지 못하면 은행들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ECB 경고 뒤 키프로스는 은행구조조조정을 통해 10만유로(약 1억4400만원)가 넘는 고액 예금자에 일부 부담을 지운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키프로스 중앙은행(CBC) 총재 파니코스 데메트리아데스는 이날 키프로스 2위 은행인 라이키 은행을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나눠 분할하고, 고액 예금은 배드뱅크로 옮기는 은행 구조조정 방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CB는 키프로스가 25일까지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지 못하면 키프로스 은행들에 대한 90억유로(약 12조원) 규모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CB 집행이사회 23명 이사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키프로스 은행들에 대한 마감시한을 넘기면 ELA를 중단한다는 결정에 찬성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인 유로그룹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여전히 최종 합의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예금에 대한 과세가 포함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은행들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로 ECB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파산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키프로스는 유로존에서 쫓겨나게 된다.

EU와 IMF는 지난 15일 키프로스에 100억유로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키프로스가 재정 정상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추가 자금 58억유로는 예금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을 통해 자체 마련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예금과세에 대해 키프로스 안팎에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키프로스 의회는 19일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구제금융 합의안 비준을 부결한 바 있다.

데메트리아데스 총재는 "은행 시스템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파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즉각 추진돼야 한다"면서 "법 제도를 완비해 라이키 은행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만달러 예금까지는 지급을 보장하면 은행에도 보호막이 쳐질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라이키 은행은 곧바로 파산하고, 운영이 중단되며 직원, 예금주, 키프로스 은행 시스템, 국가 경제 모두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프로스는 대규모 은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은행 영업 중단 조처를 26일까지로 연장했다.


키프로스는 자구안 가운데 하나로 이른바 '투자연대펀드'를 조성해 국가와 교회 자산을 담보로 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1일 키프로스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CCC+'에서 'CCC'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발표했다.
S&P는 성명에서 키프로스가 "무질서한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중이며 대체할 만한 신뢰되는 은행 자본이나 재정 조달이 없는 상태"라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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