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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자들 때문에.. 加 투자이민제 전격 폐지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3 17:24

수정 2014.10.29 18:42

【 로스앤젤레스(미국)=전선익 특파원】

캐나다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온 투자이민제도를 경제 성장에 별다른 기여를 못한다며 폐지한다고 발표해 이민 신청을 하고 기다리던 외국인들이 난처하게 됐다. 12일(현지시간) CNN머니와 캐나다 유력지인 글로브앤드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중국 부자들이 애용해 온 현행 투자이민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는 지금까지 순자산이 160만캐나다달러(약 15억4384만원) 이상이고 이 가운데 80만캐나다달러(약 7억7192만원)를 주정부에 5년간 무이자로 빌려줄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왔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1986년 처음 실행됐으며 이후 중국인을 비롯해 13만명에 달하는 해외이민자가 혜택을 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악용하는 중국 이민자가 많아졌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12년 투자이민신청 접수를 중단했고 급기야 폐지키로 결정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사설에서 중국 이민자들이 시민권 취득만을 목적으로 할 뿐 실질적인 이민이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오래전에 폐지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재무부는 2014년 예산보고서에서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쉬운 투자이민제도로 인해 캐나다 영주권의 가치가 추락했다"며 "기존 투자이민제도가 예상과 달리 캐나다 경제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급격히 밀려오는 중국인들의 이민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왔다. 중국인 중 홍콩 시민 30만명이 지난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사태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불안으로 대거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지금까지 중국 본토인 6만7000여명도 이 제도를 통해 캐나다에 정착했다. 지난 2005년 이후 이민이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2011년 캐나다 정부 통계에서 이민자의 11.5%가 중국인이었다.

중국 부유층의 이민 선호지인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치먼드 시민들은 이민 물결로 돈이 최고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캐나다 문화와 가치의 실종,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캐나다 야당은 보수 성향의 스티븐 하퍼 총리가 과거 이민자의 주를 이뤘던 영국과 프랑스인을 다시 우대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내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재 캐나다에 이민신청을 한 6만5000명의 대기자 중 70%가 중국인이며 이번 조치로 이들의 모든 이민신청이 취소되고 신청비는 환급될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그 대신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이민정책을 준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의 이번 조치로 투자이민제도가 남아 있는 국가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50만달러(약 5억3060만원) 이상을 투자하면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유럽 국가가 새로운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sije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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