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파편’ 맞은 유럽경제, 뭉칫돈 빠진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0 17:02

수정 2014.10.23 22:33

러 ‘파편’ 맞은 유럽경제, 뭉칫돈 빠진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빼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지정학적 위기와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주요 외신들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올 3.4분기에 접어들면서 미국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자본이 유럽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美 투자자들 유럽서 자금 빼내

영국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공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 6주간 순유출된 금액은 40억달러(약 4조760억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 운용액 역시 시세변동을 감안해도 올 6월 말 1360억달러에서 최근 1275억달러(약 128조883억원)로 감소했다.

자금 이탈은 동유럽 지역이 더 심각하다.
투자자 국적에 상관없이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다국적 펀드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동유럽 증시에서 2억3400만달러를 빼냈다. 투자액도 6월 8억9100만달러에서 7월 3300만달러로 급감했다.

마르키트의 사이먼 콜빈 애널리스트는 "미국 자금이 7월 초부터 조금씩 빠지더니 이달 첫 주에 14억달러가 이탈하면서 급속도로 줄기 시작했다. 지금 확실한 것은 자산을 유럽 밖에 투자하려는 미국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콜빈은 "이 같은 자금이탈은 유럽이 러시아와 대결해봤자 유럽의 손실만 더 커진다는 비관론과 부진한 역내 경제성장 및 달러강세로 인해 투자심리가 줄어든 탓"이라고 했다.

사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럽 투자 분위기는 좋았다. 유럽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대심리로 올 상반기 유럽 채권 및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ETF에 193억달러(약 19조667억원)가 순유입됐었다.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 자금 유입

하지만 유럽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든 것은 아니다. WSJ는 러시아 제재로 유럽 경제가 타격을 입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당국이 경제적 피해에 따른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며, 일부 투자자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ETF 자금 이탈은 독일, 프랑스와 같이 유럽 경제에서 핵심부에 위치한 국가에서 집중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주변국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게 마르키트의 분석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자금이 빠져나간 부분을 유럽 투자자들이 메우면서 소규모 지역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또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상품시장으로 관심을 옮기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향후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광물 수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광물 가운데 팔라듐 선물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고 수준인 31.1g당 894.4달러까지 치솟았다. 자원부국인 러시아가 세계에서 팔라듐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광물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주 광산기업 리오틴토와 캐나다 남부구리공사, 브라질 광산개발업체 발레의 주가도 지난 7월 초 이후 평균 4%씩 상승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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