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유럽 기업, 방글라데시에서 철수 랠리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03 14:44

수정 2014.11.06 15:48

패스트 패션의 생산기지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미국·유럽 기업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어 방글라데시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반면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공장 붕괴, 정치적 소요 등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잇딴 악재로 월트 디즈니를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운용 규모를 줄이거나 운용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방글라데시의 수출 주도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연간 의류 수출액은 190억달러(약21조원)로 전체 상품 수출액의 80%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6.5%에 해당한다.

세계 최대 라이센스 등록 업체 월트 디즈니와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 등 기업들은 4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근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사고에 앞서 이미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디즈니의 경우 지난해 11월에는 디즈니의 의류를 생산하는 방글라데시의 타즈렌패션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12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파키스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6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연이은 참사로 디즈니는 생산에 차질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화재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조합은 현재까지 800명 가까이가 의류 공장 화재 등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2위 소매업체 '타겟'과 나이키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가동하는 공장 수를 줄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데모와 파업이 빈번히 일어나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는 의류 중에서도 패스트 패션의 생산기지로 꼽힌다. 패스트 패션은 저렴하고 소비 주기가 짧은 의류를 의미하며 다양한 옷을 싼 값에 빨리 만들어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공장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초과 근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장 대부분이 제대로 된 안전 장치도 갖추지 않았다.

반면 인도, 캄보디아 등 이웃 국가들은 이를 내심 반기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의류제조·수출업협회(BGMEA)는 "바이어들이 인도로 주문을 선회하고 있다"면서 "방글라데시는 의류 산업으로 연간 190억달러(약2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5억달러(약5500억원) 정도를 인도에 떼어 줬다"고 밝혔다.

인도 의류수출진흥위원회(AEPC)의 비제이 마투르 총장은 "서구 의류 브랜드들은 점점 방글라데시가 가진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글라데시에서의 기업 엑소더스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방글라데시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자금 중 10억달러(약1조원)는 인도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캄보디아 의류제조협회(GMA)의 켄 루 회장은 "최근 방글라데시 사상 최악의 공장 붕괴 참사까지 일어나 기업이 발을 뺄 요인이 더욱 커졌으며 그들은 서둘러 공장을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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